의욕적인 경제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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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조정, 도매물가 2∼2.5%, 소비자 물가는 3∼4%선에서 안정시키고 금리·환율도 올해보다 더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있다.
정부의 이처럼 과감한「안정화 선언」은 우선 국민들로 하여금 내년의 경제시책의 주요목표가 물가안정에 있음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심리적 효과을 얻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의욕적인 경제목표의 제시는 얼핏 지난 70년대 초의 물가 3%선언을 연상시킬 만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 동안 너무 오래 우리 경제가 인플레 체질에 만성화되어 온 타성의 탓으로 물릴 수 있을 것이다.
무릇 경제정책의 목표는 언제나 경제 현실자체가 그렇듯이 가변적 불 확실 요소까지 고려해야하므로 완벽을 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경제도 20여 년의 개발경험을 쌓았으므로 경제계획상 정책목표를 제시할 때도 정책의 강한 의지의 표출 못지 않게 현실적합성이나 가변요소의 포용범위를 넓혀 정책오차를 줄이는 노력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이다.
이번에 제시된 정부의 수정목표는 실질 성장 7.5%에 물가는 소비자 기준으로 3∼4%로 안정시키고 환율도 되도록 현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추가적인 금리인하까지 가능하도록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출과 실질성장은 당초 목표선인 2백40억 달러선과 7.5%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같은 계획의 총체적인 프레임은 현재의 국제 금리나 달러시세, 국내 경기의 현황 등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결코 불가능한 계획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물가면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국제 원자재 시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 보합 내지 하락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는 세계경기의 계속적인 침체 내지 미약한 회복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특히 주요 원자재인 석유 값이 공급·재고 과잉과 소비둔화로 현상 유지하거나 내릴 소지가 많다는 점이 낙관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요 변수인 국제 고금리도 올해를 고비로 점차 하락추세에 들어섬으로써 범 세계적인 금리하락과 달러의 약세화를 내다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여건을 잘 활용하면 대외부담의 경감과 국내원가 절감, 환율의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거듭 제시한 물가안정의 자신은 이런 여러 안팎의 사정을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경제의 복합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같은 낙관의 근거가 되는 여건들이 다른 정책목표들-설사 그것이 물가안정 보다도 덜 중요하다 해도-과는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도 신중히 고려해야한다.
정부의 전망대로 국제 원자재 시세가 보합세를 유지할 만큼 세계경기의 회복이 정체된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수출주도의 내년 경기회복이 장애를 받을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대외지향의 경기회복이 장애를 받는다면 내수 중심의 경기정책이 불가피한데 7·5%의 실질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와 소비가 진작될 경우 대내적 물가상승탄력이 높아질 가능성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장담했듯이 올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살포된 과잉유동성이 지금은 물가압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시차를 두고 내년의 경기회복과 함께 인플레 요인으로 현재화할 가능성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문제는 강력한 물가 안정이 뒷받침되고 국제금리도 하락추세가 지속된다면 더 떨어뜨릴 여지는 있으나 금리는 과거경험에 비추어 반드시 물가와의 연관에서 만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내자동원과 자금수요라는 금리 고유의 변동요인이 따로 있으므로 이들 요인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내년 경제는 강력한 안정화 시책을 우선시키되 과거처럼 목표치에 집착한 교조적 집행과 무리는 피하는 것이 경제의 순리임을 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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