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구조 요청했다가…도박장 급습 도와준 도박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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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감금당한 30대 남성이 지인에게 구조요청을 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도박꾼들까지 일망타진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김모(36)씨 등 7명을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나모(35)씨 등 2명을 감금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불법 도박장을 마련한 이모(38)씨도 도박장 개장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도박 경력 10년의 김씨는 지난 14일 서울 도봉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불법 도박에 참여했다. 전날 저녁에 시작된 도박은 새벽까지 계속 됐다. 이날따라 일진이 좋지 않았던 김씨는 판돈 250만 원에 도박장에서 직접 빌린 돈 300만 원까지 모두 잃었다. 빌린 돈을 갚지 않기 위해 도망가려고 마음먹은 김씨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오겠다며 나갔다. 김씨에게 돈을 빌려 준 나씨는 김씨가 도망가려는 것을 눈치채고 김씨를 불러 세운 뒤 폭행을 하고 감금했다.

도박장에 갇힌 김씨는 나씨 몰래 휴대폰를 꺼내 문자메시지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감금된 상태고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지인은 김씨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김씨와 함께 현장에 있던 불법 도박판을 벌인 일당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 단순 폭행·감금 사건인 줄 알고 출동을 했는데 불법 도박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며 "김씨의 신고가 오히려 김씨와 불법 도박 일당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goko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