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이창호, 왕위 10연패 금자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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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8보 (140~171)
○ . 도전자 옥득진 2단 ● . 왕 위 이창호 9단

혼신의 힘을 다해 중앙 영토를 키우려는 옥득진 2단의 집념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 141의 맥점을 짚으며 정확하게 수순을 밟아가던 이창호 9단이 문득 큰 실수를 하고 만다.

155로 끊어 두 점을 잡은 수는 네 집이다. 그러나 164로 한 점이 떨어진 것은 일곱 집이다.

젊은 기사들과 어울려 신나게 검토에 열중하던 서봉수 9단이 도저히 알 수 없다는 듯 흐흐흐 웃고 있다. 이창호 등장 이후 누구보다도 이창호의 능력에 감탄해온 서봉수다. "바둑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있다면 이창호 한 사람 "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 바람에 누구보다도 이창호에게 꼼짝 못했던 서봉수이기도 하다.

"이창호도 요새는 계산이 잘 안 된다잖아"하면 "에이. 그 말을 누가 믿어"하던 서 9단이다.

그런 열성 팬(?)의 입장에서 155 같은 뻔한 실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55는 '참고도 1'의 흑 1로 이어두는 것이 정수였고 이랬으면 바둑은 좀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 실전은 손해가 커서 백은 한 집반 내지 두 집반까지 바짝 따라붙었고 그 바람에 바둑은 길고 긴 잔끝내기로 이어졌다.

중앙 흑 대마가 살아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참고도 2'백1, 3으로 대마는 절단할 수 있지만 6, 8의 수단이 있어 자체로 삶이 가능했던 것. 171로 남은 끝내기 중 가장 큰 곳을 차지해 흑 승이 확정됐다. 이 판은 244수까지 이어져 흑의 이창호 9단이 두 집반을 이겼다. 이창호 9단이 왕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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