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올인’… 노후대책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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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들어 중산층 이상 우량 가계의 보유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따른 자산 구조의 경직화와 현금흐름 악화로 이들 가계의 노후 대비는 오히려 취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앙일보-이화여대 재산리모델링 센터장인 여윤경(소비자인간발달학과) 교수가 2002년 9월 이후 만 3년간 중앙일보 연재 '재산 리모델링'코너에 상담을 의뢰한 118개 가계의 재테크 및 노후대비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 부동산 보유 늘었지만=분석 대상 가계의 총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2002년 34.2%에서 지난해 45.7%, 올해 52.4%로 높아졌다.

이 비율은 한국은행이 추정한 국내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83%)보다는 낮은 것인데, 이는 분석 대상 가계의 세대주 평균 연령이 38.7세로 젊어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월평균 소득이 492만원으로 전체 가계 중 상위 20% 내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여 교수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소득 및 자산 구조를 갖고 있는 이들 가계도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부동산 자산액이 65%나 증가했다"며 "부동산값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중산층 가계의 부동산 집착이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비중이 급격히 커짐에 따라 가격 거품이 꺼지거나 장기 침체할 경우 노후 대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노후 대책 없는 가계 늘어=은퇴 뒤 사는 집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도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계의 비율이 지난해 22%에서 올해 34%로 높아졌다. 사는 집을 팔지 않고 노후를 지낸다고 가정하면 이 비율은 48%로 더욱 높아진다. 부동산값 상승에 따라 명목 자산 규모가 늘어나고 노후 생활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졌지만 소득 등 현금자산의 증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제외한 현금성 자산을 은행예금 등 확정금리형 자산에 묶어두고 있는 것도 노후 대비가 취약해진 원인이다.

최근 3년간 금리가 2%포인트 이상 낮아졌지만 예.적금 등 가계의 저축자산 비중은 20%대를 유지했다. 주식과 채권.펀드 등 투자형 자산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도 원금 손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확정금리형 자산만 꽉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상담자들이 현재 생활수준을 60세 이후에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현재가치로 약 4억9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현재의 소득을 유지할 경우 이들 가계는 가장이 60세가 되는 시점에 부동산을 포함해 모두 8억3955만원의 자산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대환 미래에셋 삼성역 지점장은 "대부분의 가계가 부동산이나 전세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자산에 너무 많은 돈을 묶어두고 있어 물가가 오르면 현재가치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저금리와 고령화에 대비해 펀드 등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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