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외교」 기틀 다져|김 총리 중남미 4개국 순방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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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상협 국무총리의 이번 중남미 4개국 순방은 지금까지 미국에 의존해왔던 대중 남미 외교를 탈피, 독자 외교 기반을 구축하고 같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를 다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남미 제국은 최근 들어 반 패권·비동맹 외교 노선을 지향하면서 독자 노선을 표방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좌경 노선까지 택하는 등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리가 콜롬비아·페루·칠레·멕시코 등을 방문, 기존의 우호 관계를 재다짐하고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순방국 정상들의 한국 방문 초청 및 비동맹 회의에서의 한국 지지, 83년도 서울 IPU총회 참석 등 정치·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은 독자적인 대 중남미 외교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은 중남미 지역에 대한 거점 확보를 위해 페루와는 지난 79년 통상 대표부를 설치했고 멕시코와는 수교했으면서도 공관을 설치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 멕시코 공작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도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외교 책동을 벌이고 있다. 김 총리의 중남미 순방은 이 같은 북한의 중남미 침투 기도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김 총리는 이번 순방에서 각국 대통령과 외상, 경제 관계 각료,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내년 3월 인도의 뉴델리에서 개최될 예정인 비동맹 회의에서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 줄 것을 다짐받고 내년 8월 서울에서 열게 돼 있는 IPU총회에의 참석은 물론, 인접 중남미 여러 나라에도 참석토록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순방·4개국은 철강석·은·동·석유 등의 매장량이 세계 5위 이내의 자원대국들로 우리의 주요 원자재 수입국이고 우리의 종합 무역 상사 7∼8개가 이들 국가에 진출해 있으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우리의 수출이 최근 억제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리의 방문으로 이들 국가와의 교역 증대에 새 전기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번 순방에서 비공식으로 수행한 삼성·현대·대우·럭키·효성·선경 그룹의 책임자들은 현지에서 방문국 지도자들 및 기업인들과 잇단 접촉을 갖고 구체적 교역 증대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대우와 삼성은 상당한 상담 실적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페루와는 자원 협력 위원회를 상설 협의 체제로 발족시켜 자원 개발 공급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김 총리의 순방에서 현지 주민을 고용, 당사국에 도움을 주면서 이민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합작 투자 진출 방식이 유망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 총리의 이번 순방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뚜렷한 현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순방국 지도자들과 일련의 접촉을 통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확충하고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개도국간의 공동 번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멕시코시티=문창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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