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 '사랑의 맞춤옷' 만들어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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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30일 전시회장에 모인 ‘해피크로스’ 김옥동 단장(왼쪽에서 셋째)과 단원들. 김 단장의 오른쪽 옆은 박영득 지도교수.

"누워 지내는 중증 장애인의 옷은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가 필수적입니다. 장애를 고려해 만든 옷은 아직 국내에 없었어요."

대구 계명문화대 패션디자인과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해피크로스(Happy Clothes)'는 올 여름방학을 활용해 중증 장애인을 위한 옷들을 만들었다. 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장애인 15명이 사용할 옷과 모자.이불.베개포 등 90여 점이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31일까지 교내에서 전시된 뒤 장애인들에게 전달된다.

봉사단은 이 대학 패션디자인과 박영득(51.피복인간공학 전공) 교수의 지도로 지난해 결성됐다. 봉사단원 다섯 명은 방학기간 동안 1년 전 선배들이 옷을 맞춰 준 장애인 15명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대부분 교통사고 등으로 외출조차 어려운 지체 장애인들이다.

교통사고로 손가락 정도만 움직일 수 있는 40대 중반의 한 장애인은 지난해 옷보다 허리와 바지통을 더 넓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옷 색상은 좀 더 밝게 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2년째 자신을 찾은 봉사단원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맙다"는 말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한다. 봉사단원들은 이런 요구를 빠짐없이 메모한 뒤 사진을 찍고 치수도 꼼꼼하게 쟀다.

해피크로스 김옥동(21.2년)단장은 "장애인들이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몇 달전 SK텔레콤으로부터 지원받은 200만원으로 삼베.모시 등 천연 소재를 마련해 삼복더위도 잊은 채 학교 실습실에서 옷감을 재단하고 재봉틀을 돌렸다. 어느 기업인은 이불 감을 희사하기도 했다.이번에 전시된 옷은 하나같이 땀이 잘 흡수되는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고 허리는 폭넓은 고무 테이프가 사용됐다. 여밈 방식은 단추 대신 지퍼나 찍찍이로 만들어 장애인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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