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 여주인 살해한 20대 자수

중앙일보

입력

 수퍼마켓 여주인을 흉기로 살해한 용의자가 보름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16일 살인 혐의로 남모(2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남씨는 지난달 30일 0시30분쯤 울산시 중구의 한 수퍼마켓에서 주인 류모(67ㆍ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남씨는 범행에 앞서 흉기를 지닌 채 수퍼마켓에 찾아갔다. 라면과 초코파이·즉석밥·통조림 등을 계산대에 놓고 신용카드로 계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인 류씨가 신용카드 계산을 거부하자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겠다”며 수퍼마켓을 떠났다. 이후 수퍼마켓 인근에 숨어 있던 남씨는 30분 후 류씨가 가게 셔터를 닫고 나오자 준비한 흉기로 수십여 차례 찔러 류씨를 살해했다. 그리고는 가게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10만원과 라면 등을 가지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TV(CCTV)와 주민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사건 보름 만에 남씨가 자수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남씨는 범행 장소에서 300m쯤 떨어진 자신의 집에 숨어 있다가 지난 15일 오후 8시17분쯤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장갑 등을 가지고 울산 중부경찰서에 찾아가 자수했다.

남씨는 두 달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던 중 돈이 떨어지자 강도짓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300여만원의 카드빚도 있었다. 남씨는 “일주일 정도 굶었다. 먹을 것만 챙겨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수퍼마켓 주인이 경찰에 신고할까봐 살인까지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아내와 자녀·여동생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양순봉 울산 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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