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씨 'X파일' 가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치권 외압설을 주장했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9일 소환되면서 앞으로 특검 수사는 청와대와 국정원 쪽을 겨눌 것으로 보인다.

金씨는 자신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가 이 자료를 공개할 경우 특검 수사는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송금 영수증 보관=金씨는 미국 체류 중 주변에 "대북 송금 관련 영수증 사본 등을 보관하고 있다"며 "나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대비해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수증 등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천억원을 정상적 사업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라는 암시로 해석된다.

누구에게 영수증을 받았는지가 이번 사건을 풀 열쇠다. 金씨의 기존 주장대로라면 영수증은 정치인이나 국정원 관계자 등에게서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상선 측의 반대에도 국정원 등이 임의로 대출금을 사용했다는 추론도 할 수 있다.

지난주 특검조사에서 국정원이 송금을 주도한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그러나 국정원이 사기업의 대출금을 반강제적으로 집행했다면 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실로 드러나면 국정원 측에 직권남용 등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권 압력설과 대출금 사용처=金씨는 지난해 11월 "4천억원을 이유 없이 대출받으려고 해서 완강하게 반대했다. 대출 서류에 자필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현대상선 계좌를 이용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는 이날 특검조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는 산업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은 현대상선과 무관한 쪽으로 쓰였다. 金씨가 정치권 압력설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배임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그의 발언은 정치권이 쓰려던 곳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주장한 현대그룹의 북한 개발사업 건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한 곳에 썼다는 것으로, 남북 정상회담 뒷거래용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