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경위 회유했다면 영장 청구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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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요일인 14일 밤이 되기까지 청와대는 말이 없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하루 전(13일)에는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던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최모(45)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지만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 경위의 유가족이 이날 오후 6시쯤 유서를 공개하면서 청와대는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최 경위가 유서를 통해 ‘민정수석실의 회유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청와대는 “한 경위를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그 어느 누구도 접촉한 사실이 없고, 제안도 없었다”며 “한 경위도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언론 보도를 보면 한 경위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런 일(회유)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경위 논리대로) 한 경위를 선처해주겠다고 회유했다면 검찰이 최 경위와 함께 영장을 청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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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 걸 즉각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긴 했으나 청와대 분위기는 무거웠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이 갈수록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하지만 최 경위 사망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는 차분히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불거진 의혹은 해소돼야 하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비서관의 검찰 출두와 관련해 “이 비서관이 고소인 자격으로 간 만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주장을 하지 않겠느냐”며 “검찰도 미진할 경우 특검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을 감안해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3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보좌해 온 핵심 비서관 3인 중 한 명이다. 이 비서관과 함께 고소인에 이름을 올린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도 검찰이 소환하면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평소처럼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했다. 최근 상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15일 오전엔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15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나갈 예정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경제 살리기 등 국정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칠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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