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책세상] '아버지의 남포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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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미국에서 벌어지던 흑인에 대한 차별과 그들이 겪던 빈곤에 관한 이야기. 소설 속 인물들은 이름도 없다. 아이.아버지.어머니로만 불릴 뿐이다. 이름조차 없을 정도로 무의미하게 취급됐던 이들. 그러나 가족간의 애틋한 사랑은 흑인도, 백인도 마찬가지다.

1969년 쓰여진 이 작품은 암스트롱의 첫 작품이다. 암스트롱은 이 소설로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어린시절 미국 남부에 살며 흑인들과 어울려 지냈다는 암스트롱은 흑인들의 애환을 수채화 그리듯 담담히 묘사하고 있다. 암스트롱의 책을 읽다보면 극도의 분노 상황에서도 참고 기다리는 흑인 가족에게서 숭고함마저 느끼게 된다.

백인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어느해 겨울, 배고파하는 식구들을 위해 햄을 훔쳐 온다. 햄 몇조각으로 잔칫집이 되어버린 아이의 판잣집.

그러나 행복도 잠시였다. 냄새를 맡고 들이닥친 보안관들은 아버지를 수갑 채우고 쇠사슬로 엮어 끌고간다. 아이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글을 배우고 어른이 돼간다.

하지만 성치못한 몸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얼마 후 죽음을 맞는다. 고통을 감내하는 아이의 모습은 핍박받지만 꺼지지 않는 생명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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