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곳곳 서버, 판돈 3조원…기업 뺨치는 해외도박사이트

중앙일보

입력

아무리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는 거대 해외 도박사이트의 운영 방식이 최근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해외 도박사이트조직인 에이스 스타(Ace Star)가 ‘영업’을 시작한 건 2007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다. 대부업체로 등록된 법인이었지만 실제 업무는 도박사이트 관리였다. 운영 조직은 대기업 못지 않았다. 자금 투자 및 직원 관리를 담당하는 ‘임원’, 각종 도박 게임을 개발·관리하는 ‘개발팀’, 도박사이트의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는 ‘웹팀’, 서버를 운영·관리하는 ‘SE팀’, 도박회원을 모집하고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상황팀’ 등을 두고 업무를 분담했다.

‘티카지노’ ‘타짜’ ‘BB카지노’ ‘모든레이스’ 등 이들이 운영하는 도박 사이트는 여러 곳이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이트의 도메인 주소와 도박자금 입금계좌도 수시로 바꿨다. 회원은 대포폰을 통한 광고 문자메시지 발송을 통해 모집했고, 도메인 주소와 입금계좌가 바뀔 때마다 회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회원들이 도박자금을 입금하면 게임머니를 충전해주고 ‘바카라’, ‘텍사스홀덤’, ‘포커’, ‘경마’, ‘고스톱’ 등의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도박사이트의 서버는 홍콩, 일본, 대만 등 해외 곳곳에 두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았다.

노모(34)씨와 신모(38)씨 등 5명은 2011년부터 에이스 스타에 가담했다. 노씨는 조직 내에서 '정이사', '노사장'으로 불리며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2011년 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노씨는 회원 17만여명으로부터 2조 9770억원 상당을 입금 받아 게임을 하게 했다. 이 기간 회원이 게임에서 잃은 금액 3737억원이 고스란히 조직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노씨는 기술 관련 팀의 총책으로서 17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신씨 등 나머지 4명은 노씨를 도와 수사기관 추적 및 사이트 차단 방지, 디도스(DDoS) 공격 방어 등 해외의 서버 관리를 맡았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다니던 일당은 2012년 9월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에 꼬리가 잡혔다. 당시 수사기관이 파악한 이들의 인터넷 도메인은 2만5000여개, 도박자금 입출금 차명계좌만 1000여개였다. 수사기관의 추적망을 따돌리고 2년간 해외도피를 했지만 결국 지난 9월 자수했고 입국한 뒤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유재광 판사는 도박개장 혐의로 기소된 노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7억원 추징을 명령했다고 12일 밝혔다. 노씨와 함께 기소된 신씨 등 4명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했다. 유 판사는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파탄에 이르게 하는 범행의 죄질이 매우 무겁고 범행규모가 매우 거대하다"고 말했다. 다만 "노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가담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고 노씨가 은닉한 범죄 수익 10억여원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추징할 수 있게 협조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