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단일시장 아세안은 한국의 새로운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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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특별정상회의가 오늘 부산에서 열린다.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회의는 그동안의 협력관계를 평가하고 새 청사진을 논의한다. 내년 말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세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앞두고 열리는 회의인 만큼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아세안과의 관계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아세안은 동아시아 지역 협력과 한반도 문제의 협력 파트너다. 동아시아 유일의 안보협력기구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주도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아세안 10개국의 지지는 긴요하다.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미·중의 전략적 교차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역내 갈등과 대립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손을 맞잡을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성장 잠재력이 큰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이다. 아세안은 한국에 제2의 교역과 건설 수주지역, 제3의 투자지역으로 부상했다.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인구 6억4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3조 달러의 거대 단일시장이 탄생한다.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아세안을 뉴프런티어로 삼을 만하다. 아세안은 중국에 치우진 우리 경제에 좋은 완충지대가 될 수도 있다. 2000년대 이후 동남아에서의 한류 붐은 우리 기업 진출, 수출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중·일의 동남아에 대한 경쟁적·전략적 접근에 따른 경계감도 없다.

 동남아는 사회·문화적으로도 우리와 밀접하다. 국민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동남아 출신이 16만9000여 명이다. 중국 동포를 제외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다. 동남아 출신 결혼 이주자도 6만 명을 육박한다. 이들이 한국과 동남아의 가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사회 전반의 동남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높여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는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