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현대인의 병(303) - 이시형 <고려병원 정신신경 과장> 신경성비만증(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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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만증의 정확한 정의는 체중에 대한 지방분의 비율이 남자20%, 여자 30%이상은 초과할 때를 말한다. 따라서 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여기엔 원자력측정기가 동원되어야하는등 복잡한 기술상문제가 따르므로 편의상 표준 체중표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비만증을 부자병이라고 불러서 생활에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많이 볼수 있다. 그러나 GNP가 아주 높은 선진국에선 오히려 하류층에 많다.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설계를 현명하게 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가난하게 살다 근년에 들어 좀 살게 되고보니 여유만 있으면 먹어대 부자병이란 소리도 듣게끔 되었다. 따라서 비만증의 원인에는 체질적인 문제와 내분비장애에 의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정신적 원인에서 오는 노이로제의 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제일 중요한 정신적 원인은 애정결핍을 보상하기 위해 먹는 일이다. 부잣집 애들은 부모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상대적인 애정결핍현상이 온다. 그대신 애들은 집에서 먹는걸로 때운다. 또 부모는 애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죄책감을 씻으려고 과자나 빵을 사들고 들어온다.
사람은 마음이 공허할때 먹기라도라면 한결 위로가 된다. 음식이란 영양적 요소와함께 애정의 요소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데이트도 없이 따분하게 주말을 보내야하는 아가씨는 먹기라도 해야 마음의 공백을 메울수 있다.
그럴수록 더 뚱보가 되고 데이트신청은 더 없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엄마의 병적인 애정과잉이 애들을 뚱보로 만드는 또 한가지윈인이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엄마는 자신도 많이 먹지만 애들도 역시 포식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혼이나 사별등 결손가정의 엄마에게도 이런 현상은 자주 일어난다. 보상기전이 작용되기 때문이다. 어릴적 자신의 가난이 뼈에 사무쳐 자식만은 배불리 먹여야한다는 한을 가진 부모도 애를 뚱보로 만든다.
어릴적 뚱보는 자라서도 그 80%이상에서 비만증으로 고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어릴적 비만증의 책임은 1백%가 엄마에게 있다는 사실을 또한 잊어선 안된다. 살찐 애가 건강하다는 종래의 개념은 이제 버려야한다.
끝으로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서의 비만증이 있다.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또 성격적으로 소극적인 사람에게 비만증이 많은건 운동부족에서 온다. 비만증의 계산은 수학적으로 간단하다. 하나를 먹으면 하나만큼 움직여야한다. 특히 저녁식사를 많이 하고 곧바로 잠을 자는건 비만증의 지름길이다. 밤새 활동을 하지않기 때문에 영양이 고스란히 축적된다.
굶는게 제일이라지만 근육의 위축이 오기 때문에 비만증보다 오히려 못하다. 먹고 그만큼 활동과 운동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니, 배가 나오면 사장이니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뚱보는 이젠 출세도 못하는 시대가 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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