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척 구리 훔친 일당

중앙일보

입력

수도권 일대 공장을 돌며 1억3000만원 상당의 구리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10일 공장에서 구리를 훔친 혐의(상습 절도)로 박모(45)씨와 송모(5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훔친 구리를 구입한 혐의(장물 취득 등)로 김모(68)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달 23일 새벽 1시20분쯤 인천 부평구의 한 공장에서 1억원 상당의 구리 판 3000여 개를 훔친 혐의다. 이들은 보안·방범 시설을 갖추지 않은 영세 공장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부피가 작고 1㎏당 6800원에 거래되는 구리가 목표였다.

박씨 등은 남루한 옷을 입고 폐지를 줍는 것처럼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범행 대상을 찾았다. 훔친 구리판도 종이 사이에 넣는 등 폐지처럼 꾸몄다. 때문에 이들의 범행을 눈 앞에서 목격한 사람들도 '이들이 폐지를 줍는다'고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대 공장 8곳에서 1억3000만원 상당의 구리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훔친 구리를 손수레에 싣고 2㎞를 이동한 뒤 트럭을 불러 운반했다. 또 여러 곳의 고물상으로 나눠 처분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년 전 교도소에서 만난 이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은 4년 전 출소 한 뒤 경륜과 경마 등으로 이미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이 출소 후 특별한 직업 없이 찜찔방과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한 만큼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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