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노인층 구매자를 잡아라 구미서 각광받는 중년모델|여행·약 광고 등에서 활약|부인이 돈 잘 벌면 부부화합에 "틈"|미 남편들 컴퓨터에 정신팔려 부인·집안일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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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눈부신 아름다운 얼굴 늘씬한 몸매로 싱싱한 젊음을 구가하는 여성이라야 모델을 할 수 있던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다.
최근 영국에서 미모가 특출하지 않은 평범한 아낙네 스타일의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어 미국에서도 황혼기로 접어든 50대 여인들이 주름진 얼굴과 희끗해진 머리를 발판으로 모델계에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중년모델들은 승용차광고·여행·약품·화장품광고 등에 주로 활약하고 있는 데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줄잡아 시간당 1백50달러(한화 약 11만원)나 된다.
이처럼 중년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노년층 청중을 대상으로 한 시장캠페인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광고대행회사들은 70년 미국 인구의 중앙연령치가 28세에서 10년 뒤인 80년에는 30세로 껑충 뛰어오름에 따라 2차대전 직후 일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됨에 따라 노년층은 점차 확대되리라는 계산을 하게 됐다.
준년 모델로는 주부출신의 「로즈·인드리」여사, 전직 고교 교장인 「빌· 맥휴」씨, 오폐라 가수 출신의 「베티·슈어」여사와 그 남편 「보브」를 비롯하여 상당수가 있는데, 여기에 인기연예인이었던 「로런·배콜」과「프랭크·시내트러」까지 합세하고 있어 실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
「돈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사람을 따르자니 돈이 운다」는 신파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근착 현대심리학지에 따르면 부인이 남편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갖고 돈도 더 많이 벌 경우 그 부부는 성생활이 불편해지고 사랑의 느낌도 줄어들 뿐 아니라 상호 심리적·신체적 공격 위험성도 커져 이혼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는 것.
게다가 이들 주눅이 든 남편들은 다른 남편보다 심장병으로 일찍 죽을 확률이 무려 3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져 갈수록 늘어나는 전문직여성에겐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교사·간호원·비서같은 전통적인 여성직종에서 일하는 부인들은 경영·법조계·건설 등 비전통적인 직종에서 일하는 부인들에 비해 이혼율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는 데, 이들 비전통적인 직종에 종사하는 부인들은 남편과의 마찰과 갈등을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 두거나 더 낮은 급의 직종 또는 전통적인 여성직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것은 남편들이 전통적인 여성직종에서 부인이 일할 경우 자신들보다 돈을 많이 벌거나 직급이 높은 것을 묵인하지만 전문직이나 전통적인 남성직종에 뛰어들어 자신보다 나은 지위를 누리는 것은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미망인」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최근 미국 가정을 휩쓸고 있다.
다름아닌 소형 컴퓨터에 매료된 남편이 부인과 집안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컴퓨터하고만 시간을 보내 과부나 다름없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
82년말 3백만대의 소형 컴퓨터가 미국 안에서 팔릴 것으로 예상돼 그 매상액은 자그마치 13억4천만달러나 될거라는 전망이다.
소형 컴퓨터를 집안에 사들여 오는 순간부터 남편은 부인을 잊어버리기 시작하는 데, 1주일에 예닐곱 날밤을 컴퓨터에 몰두하는 것은 예사고 주말엔 하루종일, 심지어 주말 휴가여행에까지 들고 다녀 부인들의 불평이 대단하다.
참다못한 부인들은 자신들도 소형 컴퓨터 조작법을 익히거나 아니면 집을 나서기가 일쑤인데, 일부 극성부인들은 판매회사에 전화를 걸어 불평을 터뜨리거나 직접 찾아가 고함을 질러대기도 한다고.
아뭏든 86년엔 3천4백만대의 소형 컴퓨터가 팔려 42억5천만달러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어 당분간 컴퓨터 과부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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