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연주와 교육 … 두 토끼 다 잡긴 무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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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연주와 교육은 제대로 병행할 수 없는 것일까. 19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없는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백혜선(40)씨. 그후 30세의 나이로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돼 음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백씨가 최근 서울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초 그는 휴직계를 냈었다. 지난해 안식년을 보내면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연주 초청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측의 불가 통보를 받았다.'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것이 아니면 안식년 직후에는 휴직이 불가능하다'는 교육공무원법의 규정 때문이다. 백씨는 96년 이탈리아 레이 코모 음악재단 초청 아티스트로 선정돼 2년간 휴직한 적도 있었다.

백씨는 "학기 중에는 30일 이상 해외 체류가 불가능하다"며 "외국 순회 연주회 도중 죄인이 된 것처럼 마음을 졸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수가 되고 나서 연주 활동이 뜸했던 것은 사실이다. 연습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짬을 낼 수 있는 국내 연주라면 몰라도 외국 초청 공연은 시간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백씨는 평소 입버릇처럼 "피아니스트는 마흔이 넘어서야 진정으로 연주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앞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좋은 연주로 음악팬들에게 보답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가깝게는 10월 25일 시작되는 부산. 서울.성남 순회 독주회에서 안식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길 바란다. 국내 음악도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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