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조와 자연보호|윤무부 교수<경희대 문리대생물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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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황새 한 마리가 들 개울가에서 죽었다고 모든 매스컴에서 야단들이다. 그러나 작은 참새가 구운 참새 집에서 수백 마리나 죽어 가는 것은 말이 없다. 우리는 모든 들새(야생조류)를 보호해야 할 똑같은 의무가 있다.
우리의 모든 자연자원이 인간들에 의해서 죽어 가서는 절대 안 된다. 최근 충남 대덕군 갑천에 58년만에 귀한 황새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국민들이 온통 야단이다.
그러나 우리 학자로서는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과거 예로 보아 음성황새도 세상에 알려짐과 더불어 수컷 황새가 죽어 갔다. 그 외 지난날 제주도에 나타났던 5마리의 황새도 3일을 못 보내고 날아갔다.
이번 갑천에 나타난 1l마리의 황새는 기적적인 반가운 손님이다. 이 갑천은 옛날부터 오리류 등을 비롯해서 종다리 등 물을 좋아하는 새들이 몰려와서 놀던 곳이다.
황새를 위시해서 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장소의 환경을 분석해 보면 첫째 인적이 드문 곳, 둘째로 시야가 좋은 곳, 즉 쉽게 피할 수 있는 곳, 마지막으로 먹이가 풍부한 곳을 찾는다.
바로 갑천이 이 세 가지의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 그 나름대로 진 객인 황새도 덩달아서 찾아온 곳이다.
이곳은 황새 이외에도 넓적부리, 오리를 비롯해 내륙지방에서 보기 드문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도착10일도 되지 않아 갑천에서 어린 황새가 죽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들을 날아다니는 동물도 자연사는 얼마든지 있다. 어린 새끼가 수백km를 날다가 지쳐 죽는 수도 있고 두루미새끼의 이동 중 고압선의 감전사고도 있다.
바로 이번 갑천에서 죽은 황새도 의외는 아니다.
분석한바 다름 아닌 어린 새끼가 이동중 병사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외부의 총상이나 타박상이 없고, 둘째 심장의 혈관이 터지지 않은 점이다. 대개 약물중독, 즉 들새 잡는데 많이 쓰는 청산가리(KCN)제초제를 먹었을 때 거의 90%가 심장상부 혈관 막이 터져 있었다. 그리고 황새의 모래주머니에서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들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소화기만의 장막혈관과 심장 부근에서 혈액이 응고된 상태로 보아 이점이 사인인 것으로 믿어진다.
항간에는 대전시내의 오염된 물에 사망원인이 있는 걸로 짐작하지만 수인성 조류들은 오염된 물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죽는 것은 그리 보지 못하였다.
특히 한강하류에도 많은 철새가 와 있지만 죽는 수는 극히 드물다. 물새들은 그들의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염된 물에서 생활하면 금방은 죽지 않지만 차차 체내에 축적되어 오랜 시일이 지나서 반응이 나타나 죽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황새와 같이 진귀하고 희귀한 새들이 살아나기 힘든 것은 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기 조류들은 인간들에게 시달려 발붙일 곳을 잃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렇게 사라져 가는 동물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나 이런 동물을 자연보호 입장에서 어떠한 방법을 취하느냐가 문제다.
지금까지 자연보호는 쓰레기 줍는 것에 많이 치중해 왔지만 희귀한 새가 출현해도 어떤 조치와 방법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다들 놓치고 말았었다. 사라진 다음에 감시원을 배치한 다든 가 하는 형식적인 자연보호보다는 그때그때 민첩하게 동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황새는 특히 시력과 청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이에 대처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첫째 약1백m거리를 두고 관찰 및 감시를 해야 하며, 둘째 주변사람과 같은 행동패턴을 갖고 누구든지 특출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
황새는 주로 현란한 색깔보다는 퇴색된 색깔을 좋아하며 색감자극을 주면 안 된다. 이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야생동물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며 진정한 자연보호는 그들의 생태를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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