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타이틀전 사망자는 프로복싱 백년사상 5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득구의 불행을 계기로 링에서 일어난 참화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프로복싱 1백년사상 세계타이틀매치에서 희생자가 생긴 것은 이제까지 다섯 차례가 된다.
최초의 희생사는 1897년12월6일 런던에서 일어났다. 미국 밴텀급 챔피언 「지미·배리」는 영국의 「월터·크루트」의 도전을 받아 20라운드의 타이틀매치 중 마지막 라운드에서 KO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크루트」는 뇌의 손상을 입고 이튿날 사망하고 말았다. 「배리」는 충격을 받고 이후 몇 차례 경기를 가진 뒤 무패로 은퇴했다.
두번째 피해자는 이후 50년이 지난 1947년6월24일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벌어진 웰터급 타이틀매치에서 「슈거·레이·로빈슨」에게 도전한 「지미·도일」이다. 「도일」은 8회KO패한 뒤 링 위에서 그대로 숨졌다. 웰터급과 미들급 등 2개 체급 세계타이틀을 차지한 「슈거·레이·로빈슨」은 「슈거·레이·레너드」의 우상으로 이름마저 그대로 모방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로빈슨」은 「도일」과의 타이틀전을 앞두고 전날밤 링 위에서 상대를 죽이는 꿈을 꾸었다. 불길한 「로빈슨」은 경기당일 아침 타이틀매치의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스케줄이 잡혀 당황한 프러모터측은 그 얘기를 듣고 신부와 목사를 불러와 악령을 쫓게 하는 등 소란을 피운 끝에 겨우 「로빈슨」의 마음을 돌렸다.
결국 「로빈슨」의 꿈대로 「도일」은 죽고 말았다. 이후 「로빈슨」은 8개월 동안 전혀 경기를 갖지 못했다.
세번째 사망자는 복싱폐지론을 거세게 몰고온 「베니·파레트」(쿠바)다. 62년3월24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진 웰터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파레트」는 「에밀·그리피드」(미국)에게 13회KO패로 타이틀을 잃었다. 두 복서의 대전은 세번째로 전해에 서로 타이틀을 뺏고 뺏긴 끝에 이 대전은 결승전이라 할 한판승부로 살기가 감돌았었다. 그러나 KO패한 「파레트」는 10일 후 타이틀전의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파레트」의 사망으로 복싱폐지론이 대두됐으며, 또 리턴매치를 금지시키는 계기가 됐다.
네번째는 페더급 챔피언인 「데이비·무어」(미국)다. 4년간 타이틀을 지켜온 「무어」는 63년9월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슈가·라모스」(쿠바)의 도전을 받았으나 10회KO패한 뒤 이틀 후 사망했다. 다섯번째 「조니·오엔」(영국)의 사망은 가장 충격적이었다. 80년9월19일「오엔」은 WBC밴텀급 챔피언인 「루페·판토르」(멕시코)에게 도전했으나 12회KO패한 뒤 그대로 혼수상태가 되고 말았다.
「오엔」은 이후 44일간의 식물인간이 된 끝에 결국 사망했다. 「핀토르」는 한국의 이승훈과의 타이틀매치에서 KO승을 거둔바 있어 한국 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