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아래 경막 핏줄 터진듯|뇌수압박…목숨 잃는 경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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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득구 부상 진단>
머리를 때리는 것 자체가 경기의 내용이 되는 권투는 항상 불상사가 따를 수 있는 운동이다. 비록 글러브라는 완충물을 사용하지만 1평방cm당 l백kg이상의 힘이 가해질 수 있는 펀치는 연약한 뇌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상사가 챔피언에 도전했던, 김태식에 이어 다시 김득구에게서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의 병명은 경막하혈종으로 짐작된다. 「맨시니」의 주먹과 14회에 다운되면서 캔버스에 부딪친 충격이 그의 오른쪽 뇌, 두개골 아래 경막 속 핏줄을 터뜨린 것으로 짐작된다.
사람의 머리에는 두피 안쪽에 5∼10mm 두께의 두개골이 있고 그 안쪽에 두께 1mm정도의 얇은 경막이 있다.
만일 어떤 충격이나 외상에 의해 경막이나 뇌표면의 현판이 파열되면 출혈된 피가 엉켜 혈종을 일으키는데 경막 안쪽의 혈관이 파열돼 피가 괴는 것을 경막하혈종이라고 하며 경막의 혈종보다 위험하다.
송진언박사(가톨릭의대 신경외과 주임교수)에 따르면 뇌에 피가 괴게 되면 뇌표면에 평소보다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뇌수가 압박되어 혼수·마비·기억상실 등 여러 가지 증세를 나타내며 출혈부위가 클 경우 뇌부종·뇌수압박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경우 뇌 표면의 동맥이 터져 급성의 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송박사는 설명했다.
지난해 캐나다의 터론로대 「얼런·허드슨」박사는 권투는 뇌 손상을 댓가로 돈을 버는 운동이며 완전한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혹평했고 「피에르·르·블랑」박사는 인체에 가장 중요한 머리를 때리는 권투는 운동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복싱에서 치명적인 부위는 머리·가슴·배·옆구리 등이나 이중에서 미세한 혈관·뇌경막·뇌지주막 등으로 되어있는 뇌는 가장 다치기 쉬울 뿐더러 손상시 뇌출혈 등은 사망률이 50%이상이나 되는 무서운 것이다.
이러한 뇌 부상은 당장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10∼20년후 언어장애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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