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인의 '한국인 사랑' 20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 인진주씨(左)가 25일 자택에서 마을 이웃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청원군 내수읍 풍정리에 사는 스위스인 인진주(59.스위스명 마거릿)씨의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해 10월 이곳으로 이사한 인씨는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 지 20년이 된다. 국적은 스위스이지만 유창한 한국어에 한국 음식을 즐기는 등 거의 완벽한 한국인이다.

1970년대 스위스 베른의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그는 한국의 간호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함께 하며 김치.김 등 한국 음식을 맛봤고 한글도 배웠다. 그 인연으로 75년 한국을 처음 찾았고, 10년 뒤인 85년에는 한국으로 건너와 아예 눌러앉았다.

이후 인씨는 광주.경기도 용인 등지의 보육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봤다. 서울의 은평재활원, 군산의 장애인복지시설에 몸을 담기도 했다.

2001년부터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잠시 스위스로 돌아갈 생각도 했지만,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한국에 뼈를 묻겠다며 지금의 둥지를 마련해 이사했다.

그의 불우이웃 사랑은 한국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월 스위스 정부로부터 받는 80만원의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인씨는 이 돈을 쪼개서 몽골 어린이 다섯명을 비롯해 베트남.방글라데시.인도 어린이 각 한 명씩 모두 여덟 명에게 다달이 2만원씩 16만원을 보내주고 있다. 10년 이상 해왔던 일이다.

불편한 몸으로 유기견까지 돌보고 있는 인씨는 몸이 추스려지면 인근 초정노인병원을 찾아 간병인으로 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달 몽골을 방문해 자신이 후원한 어린이들을 만날 계획인 인씨는 "너무나 사랑하는 한국에서 봉사하며 여생을 마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