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리베이트는 의료 시스템 망치는 탐욕의 '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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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들에게 50억7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동화약품 관계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의사 155명은 이 제약사로부터 300만~3000만원씩 금품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 법규가 시행된 이래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 적발이다.

 눈여겨볼 점은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은 이 제약사로부터 한 달간의 의약품 처방 횟수에 따라 매출의 일정 비율을 사후에 받는 것은 물론 심지어 한 달간 얼마나 이 회사 제품을 처방할지 계약까지 한 뒤 미리 금품을 받기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행위는 공정한 경제질서를 해치는 것은 물론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그 비용을 고스란히 전가한다는 점에서 국민보건경제에 해악을 끼친다. 의사들이 의약품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자칫 의학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의약품이 아니라 가장 리베이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고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건강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수사당국은 리베이트 수수 문제는 물론 이들이 과연 필요한 약을 제대로 처방했는지까지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검찰이 의뢰한 대로 약사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제약사에 대한 판매업무정지와 해당 병·의원에 대한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엄중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약사들이 약효나 품질로 경쟁하지 않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앞세운 불공정한 영업으로 실적을 올려보겠다는 생각을 아예 접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 차원에서도 리베이트 근절과 의료윤리 확립을 위한 자율정화가 필요하다. 의사협회·병원협회 등이 중심이 돼 리베이트란 국민이 낸 국민건강보험료에서 새나온 검은돈이란 인식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리베이트는 건전한 의약품 시장과 의료 시스템을 탐욕의 노예로 만드는 마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