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의도 뭘까] 총선 겨냥한 지지세력 재결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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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잡초 정치인 제거론'이 파장을 부르자 청와대는 "일반적인 개혁원론을 얘기한 것일 뿐"(李海成 홍보수석)이라며 8일 진화에 나섰다.

盧대통령은 야당측 반발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원론적 얘기이고 '잡초'라는 것은 옛날에 강연할 때 수차례 썼던 비유"라고 말했다.

편지 초안 작성자는 최근 발탁된 홍보수석실의 송치복(宋治復) 미디어홍보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 당시 '노무현의 눈물'광고를 기획했다.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은 "4~5일간 준비를 거친 것"이라며 "누가 작성했든 盧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만큼 대통령 뜻이 담긴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盧대통령의 e-메일이 '잡초 정치인 제거론'으로 단정되는 데 대해선 거부감을 드러냈다.

尹대변인은 "특정 정치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 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걸림돌을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야당 측에서 제기하는 시민단체 낙선운동이나 신당 창당의 배후론 등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盧대통령의 언급은 그러나 정치권에는 민주당 신당 창당을 둘러싼 신.구주류 간의 내홍과, 지도부 개편이 쟁점으로 떠오른 한나라당 경선과정 등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盧대통령이 거론한 ▶개혁의 발목을 잡거나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등은 민주당의 신당 창당에 반대하거나 호남소외론을 언급한 여권 내부, 또는 호남과의 대립각을 세우려는 영남권 의원 등을 지칭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파문의 확산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한 관계자가 "정치권 내부개혁이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순조롭지 않은 건 사실 아니냐"고 말하는 등 발언 취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盧대통령이 e-메일 서한의 대국민 직접 메시지라는 새로운 방법을 택한 것도 관심이다. 이미 당정 분리와 국정원.검찰의 정치적 중립 선언 등으로 권력운용의 수단이 대폭 줄어든 盧대통령이 대국민 직접 호소라는 방식에 보다 체중을 싣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이라크전 파병과 재벌개혁 속도조절론 등에서 표면화됐던 기존 지지층의 비판을 무마하고 이들을 재응집해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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