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도피직전 DJ측근에 100억 로비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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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9년 10월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70.미국 거주) 씨에게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주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로비를 시도했던 사실이 밝혀졌다고 동아일보가 2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직 대우그룹 관계자는 24일 "김 전 회장이 1999년 10월 김 대통령의 측근인 조 씨를 통해 김 대통령에게 대우그룹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로비 명목으로 조 씨에게 건넨 돈은 100억원이 훨씬 넘는 거액"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검찰에서 일부 진술했으며,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일부 포착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흥망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국민에게 밝힌다는 차원에서 이 내용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며 "이르면 25일 검찰에서 상세하고 정확한 로비 시도 및 출국 경위, 로비 금액 등을 진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조 씨에게 로비를 부탁한 뒤 1999년 10월 20일 중국 옌타이 대우자동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조 씨를 만났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조 씨로부터 "대우그룹 구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곧바로 이튿날 해외로 출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씨가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을 만나 로비를 했는지, 아니면 조 씨가 로비를 시도하지 않고 중간에서 로비자금을 가로챘는지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도 모른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회장도 이 부분을 궁금해 한다"며 "검찰에 사실 확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김 전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며 김 전 대통령 및 '국민의 정부' 실세들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조 씨는 1999년 김 전 대통령의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자택을 6억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막후인물로 거론됐으며 '김대중 정부의 얼굴 없는 실세'란 별명도 붙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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