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내년 예산 27% 증가 … 이정현 예산폭탄은 현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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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02면

새해 예산안에서 전남 지역의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을 포함해 최근 3년간의 예산에 대해 본지가 분석한 결과 내년 전남 전체 예산은 5조3247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300억원 늘어났다. 올해 예산(4조7989억원)과 비교하면 11% 증가한 것이다. 2013년(4조1766억원)에 비해선 27%나 늘었다. 7·30 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순천-곡성) 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예산 폭탄’이 실제로 확인된 셈이다. <본지 11월 16일자 1, 3면 참조>

본지 3년간 분석 … 지역구 곡성군 신규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67% 확대

 이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곡성군 신규 사업으로만 20건, 77억원을 반영시켰다. 올해 신규 사업 예산(12건, 46억원)보다 31억원 증가했다. 산촌 연계형 치유의 숲 모델 조성사업에 7억원, 농축산 미생물산업 육성지원센터에 5억원 등이다. 이미 하던 사업까지 합치면 곡성군 내년 예산은 46건에 295억원으로 지난해(273억원)보다 8.1%(22억원) 증가했다.

 전남 전체로도 신설 예산이 많았다. ‘초경량 고강성 차체 부품 기술개발비’ 240억원, 광주~완도 고속도로 사업비 100억원 등이다.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상당하다. 전북이 올해 예산(6조1131억원)보다 983억원 준 6조15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이정현의 힘’에다 전남 지역 야당 의원들이 가세한 결과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증액시킨 호남 예산만 1100억원에 달한다”는 말이 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그 이상인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성과가 부풀려져 있다”고 한다. ‘이정현 효과’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야당 의원들이 오랫동안 주장한 끝에 얻은 결과란 것이다. 이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호남 예산은 우윤근 원내대표와 김동철·박지원 등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지자체가 함께 ‘올 코트 프레싱’을 벌여 얻은 결실”이라며 “호남 지역 내에서도 서로 예산 확보 경쟁을 한 덕에 성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밥 먹다가도 예산이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뛰어 들어가 설명을 했고, 심야 심의 내용은 새벽 3~4시라도 점검했다”며 “예산안이 통과되자 호남 지자체장들로부터 감사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세 의원이 있는 다른 지역도 두둑한 예산을 챙겼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이 있는 부산은 올해보다 30.1% 늘어난 3조2528억원을 확보했다. 경북도 올해보다 9.9% 늘어난 11조2788억원을 챙겼다.

 그러나 서울 지역 의원들은 울상이다. 일부 서울 지역 의원은 당 지도부에 항의했고, 예산안 투표 때 반대표를 던졌다. 구체적인 액수는 아예 집계되지 않았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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