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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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향수전시회. 벌써 향기가 풍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전시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실로 금석지감이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향수제조회사 16개가 공동으로 74종의 향수를 선보였다.
그건 다분히 향수의 향기를 무기로 우리 여인네들을 사로 잡아보자는 상업적 의도가 넘쳐있다.
프랑스는 포도주와 패션의 나라지만 향수의 나라도 된다. 현재 향수제조회사만도 4백 21개. 생산량의 50%는 수출된다.
프랑스 향수의 본산은 남불의 그라스. 「향료와 메카」라고 하는 곳이다.
지중해에 면한 이탈리아족 해안은 특히 「코트다쥐르」(청공해안)라고 불린다. 그곳 구릉지역에 있는 인구 2만 명의 소도시다.
16세기 후반 「돈바렐리」라는 플로렌스 사람이 처음으로 향료를 소개한 이래 그라스는 향료의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라스는 원래 피혁공업 중심지였다. 피혁제품의 흉측한 냄새를 없애는데 향료는 꼭 필요했다. 게다가 비누공업도 이곳에 있었다.
도시주변의 따뜻한 기후와 좋은 토질에선 라벤더, 재스민, 장미 등이 잘 자랐다. 천연향료공업이 발달할 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그라스의 향료공업을 일으켜준 주인공들인 피혁공업이 그러노블로, 비누공업이 마르세유로 옮겨간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향료는 그라스의 피혁에 처음 쓰인 건 아니다.
이집트에선 BC25세기에 향료를 썼다. 향료를 태운 향로가 증거다. 향료의 어원이 라틴어 「perfumum」(태우다)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BC21세기의 이집트 석관엔 「가축을 처치하고 산양을 죽일 때 향료를 불에 넣어」란 글이 보인다.
향료를 미이라에 쓴 흔적도 있고 구약의 출애굽기엔 「향을 태울 단을 만들고」란 기록도 나온다.
요즘엔 석탄산이 방부제로 사용되지만 향료는 그보다 더 강한 방부·살균성을 갖고 있다.그 때 사용된 향료는 육계, 몰약 등이다. 이집트인은 태우는 향료 외에 꽃에서 화정유도 채취했다.
그리스시대엔 종교의식으로 향료를 태웠고 몸에 향유를 발라 향기를 냈다.
로마인들은 욕실과 침실, 그리고 식탁 위에 열심히 향을 뿌렸다.
중세기엔 베니스의 상인이 동양에서 향유를 가져왔다.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선 파미르고원에서 발견되어 힌두족의 인도를 거쳐 중국과 삼국에 전해졌다. 『일본서기』엔 백제가 일본에 심향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콜에 향료를 녹여 만드는 요즘 같은 향수가 처음 나온 것은 16세기. 「엘리자베드」1세는 「헝가리 워터」를 애용했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앙트와네트」도 꽃향내 나는 향수를 유행시키는데 공헌했다.
향수전시회를 보면서 우리도 남의 향수만 즐길 것이 아니라 고유한 향수를 만들어 내다 팔 의욕도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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