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부 쉬워요 틴틴경제] 콜금리 올리자는 말 왜 나오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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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신문 경제면을 펼치면 콜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자주 나옵니다. 지난 11일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격론 끝에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째 콜금리 목표치를 연 3.25%에서 동결하자 재차 뜨거운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저금리 때문에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만큼 금리를 올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한은은 먼저 경기가 회복돼야 콜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금통위원들은 다음달에도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신호를 금융시장에 내보내고 있어요. 왜냐하면, 2003년 이후 침체의 골이 깊어진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이 계속 필요하다는 거죠.

그러면 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콜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할까요.

우선 콜금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죠. 콜금리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하루 동안 서로 빌려주는 초단기 대출자금의 이자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기업이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겠다면 은행은 기꺼이 다른 금융사로부터 돈을 꿔서라도 빌려주겠죠. 이처럼 금융회사 사이에 주고 받는 자금의 대출금리(콜금리)를 낮추면 시장 금리도 자연스럽게 낮아지도록 유도됩니다. 콜금리가 '정책금리'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은의 정책적 의도에 따라 정한 목표치에 따라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논의되는 대로 콜금리를 올리게 되면 국고채.회사채 금리는 물론 은행의 예금.대출 금리 등 '시장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콜금리를 조절하는 방법은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통화조절용 금융상품을 금융시장에다 내다 파는 것입니다. 채권이 팔린 만큼 그만큼 시중 통화량이 흡수돼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자금의 공급이 자금 수요보다 줄어들면서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콜금리는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자금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경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한은은 지금까지 정책금리를 내려 시장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기를 부양시키자는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문제는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있어요. 한은이 2000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연 5.0%에 이르던 콜금리를 연 3.25% 수준까지 낮췄지만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자금이 넘쳐나 66조원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고, 가계는 빚낸 돈으로 투자해도 남는다는 투기심리가 확산되면서 부동산시장만 과열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죠.

이에 대해 한은은 그나마 3.25%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5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를 떠안고 있는 가계의 경제활동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죠.

콜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에 경기뿐 아니라 물가.수출.환율.자산 가격 등 여러 경제 변수들이 함께 감안된다는 점도 논란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한은은 이 중 다른 어떤 변수보다도 물가 동향을 중시합니다. 소비자 물가는 올들어 현재까지 3% 초반 수준에서 안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물가가 낮다는 것은 경기가 활력을 잃고 부진하다는 뜻이므로 저금리를 유지하는 정책이 올바른 처방이라는 게 한은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를 지난해 6월 이후 10차례나 올리면서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자 한은은 현행 콜금리 정책에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됐어요. 미국은 앞으로도 주택시장과 경기 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4%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거죠. 한은은 정책금리가 역전(한국 연 3.25%, 미국 연 3.50%)됐지만 시장에서 실제 유통되는 실세 금리는 여전히 한국이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리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만 오랫동안 벗어나 있기 때문에 한은은 향후 콜금리 인상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금융시장에서도 경기 회복만 이뤄지면 콜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이미 채권을 매각하는(금리는 상승)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장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답니다.

김동호 기자

콜금리 결정은
대통령이 임명한 금통위원 7명 매달 의논

매달 결정하는 콜금리 목표치 등을 통해 국내 통화 신용정책을 총괄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중대한 업무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금통위 의장(한은 총재)은 물론 재정경제부 등 각 기관의 추천을 받는 6명의 위원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이들의 업무는 철저한 독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임기가 4년(당연직 위원인 한은 부총재는 3년)간 보장됩니다. 위원 전원이 한은 내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근무하는데 연구를 도울 보좌역 1명과 비서를 두고 있습니다. 정부 내의 급여 수준으로 볼 때 금통위원은 차관급 예우를 받습니다. 물론 총재는 장관급 예우를 받고 있으며, 장관급을 지낸 사람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금통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합니다.

금통위원에 대해 이 같은 예우를 하는 것은 나라 전체의 통화 신용정책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콜금리나 환율 정책에 대한 금통위의 의결 사항은 국내 물가와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청와대나 재경부 등도 일절 간섭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금통위는 외부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금통위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의사록에 모두 기록해 한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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