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줄기세포 생산법 개발 … 면역 거부반응 해결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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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줄기세포를 불치병 환자의 특효약으로 활용하고자 할 때 가장 큰 고민은 기껏 투여한 세포치료제를 환자의 몸이 거부해 버리는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면역 거부반응이라고 한다. 혈액형이 다른 피를 수혈하거나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으면 부작용이 생기는 게 면역 거부반응의 좋은 예다. 우리의 몸은 자신의 것은 받아들이지만 다른 사람의 것은 무엇이든 일단 거부하는 '까다로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면역 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방안을 동원한다. 현재 서너 가지 방법을 주로 쓴다.

그 첫째는 복제 배아를 이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황우석 교수팀의 방법이다. 황 교수팀이 만든 배아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것(복제한 체세포)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배아의 파괴를 전제로 하고, 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 복제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늘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한 환자에게 맞는 배아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많은 수의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둘째는 잡종(하이브리드) 세포를 쓰는 방법. 이번에 하버드대 연구팀이 만든 것이다. 이 잡종 세포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인간 배아 줄기세포와 환자의 성체 피부세포를 결합해 만든다.

포천의대 정형민 줄기세포치료연구소장은 "하버드대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미분화된 세포(배아 줄기세포)와 분화된 세포(성체 피부세포)를 결합해 만든 잡종 세포가 배아 줄기세포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면역 거부반응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적어도 융합한 두 세포 중 하나(성체 피부세포)는 환자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배아 줄기세포를 사용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엔 수백 종의 배아 줄기세포(한국은 4종)가 만들어져 있다. 이는 환자마다 별도의 배아 줄기세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황 교수팀의 방법(10인10색법)에 비해 덜 수고스럽다.

기존의 배아 줄기세포를 사용하므로 윤리성 논란에서도 다소 벗어날 수 있다. 정형민 소장은 "만약 하버드대 연구진의 잡종 배아 줄기세포가 면역 거부반응이 없고, 안정성이 있다는 증거가 확보된다면 황 교수팀의 복제 배아를 통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상당히 위축받을 것이나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라고 평가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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