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다음'의 해리 포터 팬 클럽 카페 '해리포터의 마법학교(cafe.daum.net/hogwarts)'를 운영하는 정미경(27)씨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6편이 나온 뒤 방문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회원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요. 게시판엔 번역 소설 출간을 기다리는 팬들의 글이 매일 넘쳐납니다."
이 카페의 임시게시판은 주요 등장인물이 죽는 장면 등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한 회원들의 견해와 다양한 해석 등으로 가득 차 있다.
2000년 1월 1일 개설된 이 팬 클럽은 100여 개의 국내 해리포터 팬 클럽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회원 수가 가장 많은(12만명) 팬 클럽이다.
이 팬 클럽은 해리 포터 소설의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모델로 구성.운영된다. 소설에 대한 간단한 시험을 거치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가입과 동시에 회원들은 '그리핀도르''래번클로''후플푸프''슬리데린'등의 기숙사 별로 소속이 나뉘어 클럽 활동의 첫 단계인 기숙사 입장부터 운영자가 제시하는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글 올리기, 자료 열람하기, 토론하기 등에 대한 활동 자격도 '해리포터'에 대한 지식이 쌓여야 단계적으로 갖게 된다.
60여 명의 '마법부 직원(클럽 운영진)'을 이끌고 있는 정씨는 2000년 12월 이 클럽에 가입했다.
그가 해리 포터를 알고 난 얼마 뒤였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그릴 수 있는 환상을 모두 이뤄주는 놀라운 마법의 힘에 취했다고나 할까요."
정씨는 누군가와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가 됐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이 소설에 대해 아는 바도 관심도 없었다. 도리어 정씨가 말도 안되는 동화에 미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기까지 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이 클럽을 찾아냈고 곧바로 골수 회원이 됐다. 가입 6개월 만에 신입회원들을 교육하는 '호그와트 교수직'을 맡는 등 팬 클럽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2년 임기의 이 클럽 회장직을 맡고 있다.
미혼인 그는 현재 서울 수유동에 있는 한 컴퓨터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한다. 클럽 일 때문에 업무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각별히 조심한다고 했다. 본지와 인터뷰도 근무시간 이후에 이뤄졌다.
그는 오프라인 모임 때 회원들에게서 걷는 회비로 팬 카페를 운영한다. 이 카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우리 클럽이 해리 포터를 좋아하는 순수 아마추어들의 모임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말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글=왕희수,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