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주가 최우선" J&J는 "적정하게" … 결과는 정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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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주가치 극대화’.

 요즘 기업의 존재 이유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1980년 신자유주의가 퍼진 이후 기업경영의 최상위 목표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가 주가 상승률에 비례할 정도다. 이런 논리를 가장 앞서 부르짖은 기업이 바로 정보기술(IT) 거함인 IBM이다. 전 CEO 루이스 거스트너(CEO 재직 기간 1993~2002년)는 “주주가치 제고가 우리의 최상위 목표”라고 되풀이해 말하곤 했다.

 반면 제약·헬스케어 공룡인 존슨앤드존슨(J&J)에서 주주가치 제고는 최상위 목표가 아니라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다. 43년 J&J는 “주주가 적정한 가치를 실현하면 된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신자유주의 시대 기준으로 보면 J&J는 존재 의미가 없는 회사인 셈이다.

 실제로 주주 가치를 더 높인 쪽은 어디일까.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J가 IBM보다 주주가치를 더 높였다. 77년 말 이후 이날까지 약 36년 사이에 J&J 주가는 70배 넘게 뛰었다. 반면 IBM은 그 사이 10배 정도 올랐을 뿐이다. J&J 주가가 최근에 급등해 그런 것도 아니다. J&J 주가는 36년 세월 동안 거의 대부분 IBM보다 높았다. 특히 거스트너가 ‘주주가치 제고’를 목놓아 외친 90년대 IBM 주가 상승률은 J&J보다 눈에 띄게 낮았다. 주가 상승의 꾸준함 측면에서도 IBM이 J&J만 못했다. 주주들에게 사실상 ‘적당히 먹어라!’라고 한 J&J가 정작 주주가치 제고에 더 충실했던 셈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한 기업들이 문제가 있는 전략을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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