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했는데 … F1 개최지 포함 당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2010년부터 F1 코리아그랑프리가 열려 온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전남도는 적자 누적으로 추가 개최를 포기한 상태다. [중앙포토]

국제자동차연맹(FIA)이 대회 개최가 불투명했던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를 내년 시즌 일정에 포함시켰다. 이에 F1 개최를 사실상 포기한 전남도로선 국제 소송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IA 이사회는 지난 3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고 2015년 F1 일정을 최종 확정했다. 총 21라운드 레이스 중 전남 영암에서 열려온 코리아그랑프리는 5월 3일로 잡혔다.

 전남도는 FIA 결정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19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로 인해 F1 추가 개최를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대회를 치르기 위한 운영비 700억원이 전남도 예산안에서 빠져 있다. 남은 5개월 동안 스폰서를 잡고 티켓을 파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상 50~60명이던 F1 조직위 인력은 현재 9명까지 줄인 상태다.

 전남도는 내년 대회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 지난달 29일까지 내야 할 개최권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F1 주관사인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 측에 개최권료를 내기 위한 신용장도 개설하지 않았다.

 내년 F1 일정 중 한국 대회에만 유독 단서가 붙은 점도 개최가 어렵다고 보는 요인이다. FIA 측은 코리아크랑프리 일정 뒤에 TBC(To Be Confirmed)란 문구를 달았다. ‘확정 예정’이란 말은 FOM의 최종 개최 확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즌 일정을 접한 외신들 역시 한국 대회의 성사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FIA 측이 영암 대회를 일정에 포함시킨 것은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최 중단을 요구해온 전남도와 계약 관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FIA나 FOM는 한국 대회가 무산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지난 3월 버니 에클레스톤 FOM 회장은 “한국은 2015년 개최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FIA가 내년 F1 캘린더 잠정안(provisional plan)을 발표하면서 한국 대회를 제외했다.

 그럼에도 FOM 측이 내년 한국 대회를 고집할 경우 F1 조직위는 대규모 국제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계약서상 대회 개최를 거부하면 1000억원 이상의 위약금을 물 수도 있다. 전남도는 F1 조직위의 법인자산이 5000만원대에 불과해 소송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법적으로 전남도와는 연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돼 협상을 통해 상황을 해결할 방침이다.

 2010년부터 4차례 열린 코리아그랑프리는 개최권료 협상이 불발되면서 올해 대회가 무산됐다. 애초 2016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7차례 개최하는 것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F1 조직위 관계자는 “FOM으로부터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는 못했지만 전남도의 재정 여건이나 국내 경기 상황 등을 두루 감안할 때 대회 개최가 어렵다는 점을 납득시키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