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한국 노동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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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후안 소마비아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 불참과 개최지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 노동계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은 18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서한을 보내 "국내 문제를 ILO 총회 개최와 연계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내 대화와 사회 정의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ILO 회의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내 현안의)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1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여가는 정권 아래서 제 살을 베는 심정으로 ILO 아태지역 총회를 불참하겠으며 ILO에 개최지 변경을 요청할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ILO 지역총회는 4년에 한 번씩 노.사.정 대표자들이 참여해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회의로, 이번 총회는 '아시아 지역 양질의 고용 달성'을 주제로 10월 10~13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ILO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서한이 오자 한국 노동계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21일 스위스 ILO 본부와 태국 방콕 ILO 아태 지역 사무소에 대표단을 보낸 상태다.

그러나 ILO 측은 한국 노동계 대표가 총회 불참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4년마다 열리는 국제행사를 연기하는 데 대해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문제로 국제회의가 불발되면 한국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ILO가 노동부에도 직권중재.긴급조정 등 한국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취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ILO에 대표단을 파견한 만큼 우리의 뜻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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