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반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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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각년에 비해 특별히 빼어난 작품이 적은 반면, 전체의 수준이 고른데다 질적으로도 향상된 일면을 보였다. 시조로서 부격품인 것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라도 그점을 잘 대변해 주는것이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뽑고나서 입상자들의 이름이 밝혀진 것을 보니까 거의 모두가 「낯익은 이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지상을 통해 자주 만나본 「중앙시조가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예외인 한 두 사람도 이미 오래전부터 시조에 정진해 온 이들이었다. 결코 우연은 없다는 진리, 각고의 연륜은 헛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실감케하는 것이었다.
「백일장」에 참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본 역량을 저울질하는 하나의 계기를삼을수 있다는 데에 그 뜻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씨를 뿌린 것만큼 거두게 마련」이라는생각으로 평소에 열심을 기울여야 할 줄 안다. 아깝게 떨려난 작품들이 많아 유감이기에 굳이 이러한 말을 곁들이는 것이니, 낙방의 쓴잔을 마셨다고 해서 좌절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들 분발하기를 당부해 둔다.
장원작인 장병우의 『역사 앞에서』는 시제가 스스로 지닌 관념의 함정을 거뜬히 극복한 점이 돋보였다. 웅변조의 격앙된 목소리며 더러 진부한 귀절들이 흠으로 지적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안정된 폼을 유지하고 있음이 그 흠집을 메워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각기 차상과 차하에 오른 김차복과 이재호의 『무서리』는 계절 감각과 일상의 체험을 비교적 잘 조화한 작품들이었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의 고만고만한 수준이었으나 표현면에서의 세련도룔 따져 등위를 가름했을 따름이다.
그 밖에 다섯편의 입선작들도 백일장 작품으로서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수작들이었다. <박경용(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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