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종부세 상한제 폐지 부작용 우려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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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 부동산기획단장이 "종합부동산세의 상한선을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1가구 2주택의 양도세는 60% 단일세로 중과하되 1년간 유예기간을 둘 모양이다.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는 2007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주택공급 확대는 예상해온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수도권의 국.공유지 100여 만 평에 택지 조성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은 세금 중과를 통한 수요 억제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세금을 대폭 올리지 않고는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세금으로 융단폭격하겠다는 대작전으로, 가진 자에 대한 감정이 묻어난다. 그러나 세 부담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증가하면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종부세 상한이 폐지될 경우 당장 올해보다 7배나 많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나온다. 획일적인 상한선 폐지는 서민들의 세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도 있다. 지난 5.4 부동산 대책 때도 서울 강남이 아니라 강북과 지방의 서민주택들이 유탄을 맞지 않았는가.

종부세의 부부합산제 도입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헌 시비가 뒤따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혼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독신자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헌법의 평등권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종부세 부부 합산도 마찬가지다.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이혼을 권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이달 말 발표될 부동산 대책이 이런 윤곽대로라면 부동산값 폭락과 건설경기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 양도세 유예기간 중 매물은 쏟아지는데 매수세가 실종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부동산 시장은 폭등만큼 폭락도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다. 정부와 여당이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놓고 세금몽둥이를 꺼내드는지 의문이다. 투기 수단이 돼서도 안 되지만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연착륙(소프트랜딩)을 유도하는 지혜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