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공권력 사용 주저'에 격노 행자장관 호된 질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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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운송하역노조 포항지부의 운송 거부 사태와 관련, 6일 행정자치.건설교통부 장관의 대책 부족을 강도 높게 질책했던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노기(怒氣)는 상상 이상이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盧대통령이 그렇게 화내는 것은 처음 봤다"며 "KBS사장 인선 파동 때도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6일 아침 盧대통령은 유인태(柳寅泰)정무.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을 갑자기 관저로 불렀다. 盧대통령은 "상황이 간단치 않다"며 "아예 오늘 국무회의를 취소하고 이 문제로 긴급회의를 열어야겠다"고 말했다.

단호한 盧대통령의 지시에 놀란 文.柳수석이 "그렇다고 국무회의를 취소할 수는 없다"며 "회의에서 이 문제를 주로 토론하면 된다"고 설득해 예정대로 회의가 열리게 됐다.

첫 노트북 국무회의였는데도 柳.文수석이 노트북 준비조차 못한 채 부랴부랴 대통령의 뒤를 따라 회의장에 입장한 이유다.

盧대통령의 분노는 정부 관료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柳.文수석 등은 이미 지난 4일부터 운송하역노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강원경찰청장 출신의 허준영(許准榮)치안비서관과 함께 노조의 동향 등 상황 파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조가 집단행동에 돌입한 뒤 포철.현지 경찰 측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노조에 대한 공권력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정작 盧대통령은 지입차주가 노동자라기보다는 사업자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이번 사태를 노동문제가 아닌 제도와 공권력 행사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종찬(崔鍾璨) 건교부 장관보다는 김두관(金斗官)행자부 장관에 대한 질책의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이 공권력 사용을 주저했던 것도 이번 사태를 노동문제로 착각한 데 기인한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상황 파악에 대한 답변이 불충분해 질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崔장관 등에 대해선 "TV 뉴스도 안본 건지…"라는 비판론과 "미리 이런 기류를 알려줄 걸 그랬다"는 청와대 참모들의 '동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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