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부 때 감청리스트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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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9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 휴대전화 감청을 한 감청 리스트 일부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국정원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휴대전화 감청을 위해 자체 개발한 장비(CASS.카스)의 사용 목록 일부를 확보했다"며 "2002년 3월 감청 장비와 함께 관련 서류가 모두 폐기.소각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그때 폐기되지 않고 남아 있던 자료의 일부가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목록과 함께 감청 장비 3세트도 압수했으나 이 장비가 합법 감청을 위해 사용된 것인지, 불법 감청에 쓰인 것인지는 조사를 좀 더 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카스란 CDMA 방식을 이용한 휴대전화의 감청을 위해 국정원이 자체 개발한 장비다. 국정원은 1999년 12월 이 장비 20세트를 사용하기 시작해 2000년 9월까지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무게가 45kg인 카스를 차량에 실어 휴대전화 사용자의 200m 내로 접근해 감청해 왔다. 국정원은 "2000년 9월부터 휴대전화 기술이 업그레이드된 CDMA-2000 방식을 채택한 뒤 이 장비의 기능이 상실돼 2002년 3월 전량 폐기했다"고 말했었다. 그간 한나라당은 국정원 내부 제보를 근거로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 장비를 자체 개발했으며, 카스라고 하는 이 장비는 여행용 트렁크 크기 2개가 1조를 이룬다"고 주장해 왔다.

그간 휴대전화 도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국정원은 단 한 건의 휴대전화 감청 영장도 발부받지 않아 검찰의 카스 감청 자료 확보는 정보기관의 불법 도청 수사에 중요한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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