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직원 4명 "돈·향응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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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MBC의 일부 관계자들이 사기 혐의로 구속된 홍모(64)씨에게서 돈과 술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18일 소환한 MBC 기자와 행정팀 직원 등 4명을 상대로 19일 새벽까지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홍씨에게서 술 접대 등을 받았으나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특히 MBC 직원 두 명의 경우 홍씨에게서 3~4차례에 걸쳐 모두 7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에서 MBC 직원 7명이 받은 것으로 확인된 금품 및 향응의 액수는 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홍씨의 비밀 장부에는 MBC 관계자들에게 3400만원가량의 금품 등을 제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경찰에 소환된 MBC 직원들은 네팔의 한 인력송출업체에서 1억3000만원을 받은 홍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뒤 경쟁업체의 비리를 방송해 준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003년 말 네팔로 출장을 간 MBC 시사프로그램 취재진이 사용한 경비 내역을 제출받아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홍씨에게서 술 접대 등을 받은 MBC 보도 담당 간부 두 명에 대해서는 배임수재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경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보도 담당 간부들에 대해서는 참고인이 아닌 피내사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다이어리에 홍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는 현직 경찰서장 두 명 등 경찰 관계자 6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홍씨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강모(53) 광역수사대장이 홍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날 강씨를 인사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대장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홍씨가 2003년 강 대장에게 꿀과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어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인사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대장은 "홍씨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손해용.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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