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가 분리·합체 … 역할 나눠 사람 구조하는 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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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래부의 창의 ICT 아이디어 캠프 대상에 오른‘협업형 드론’. 가솔린 엔진과 같은 내연기관으로 비행하는 메인 드론과 전기로 움직이는 서브 드론이 분리 또는 결합돼 움직인다. [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시각장애인 김미경씨는 집을 나설 때면 항상 ‘스마트 메이트’를 장착한다. 이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안경, 이어폰마이크 세 가지로 구성된 시각장애인 전용 시스템이다. 보행 내비게이션에 음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길을 나선다. 도중에 길을 잃을 경우에는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자원봉사자에 도움을 청한다. 자원봉사자는 미경씨의 스마트안경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통해 주위를 확인하고 갈 길을 알려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상대방에게 인사를 건넨다. 스마트안경이 페이스뱅크(face-bank)에 저장된 사람의 얼굴 정보를 인식해서 이어폰마이크를 통해 알려준다.

 이런 이야기, 아직 현실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구현될 날이 머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제4회 창의 ICT 아이디어 캠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알바트로스팀’의 작품 ‘페이스뱅크와 스마트메이트 플랫폼’은 이런 세상을 꿈꾼다.

 이 캠프는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해 미래유망기술과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다. 지난 10월 말 공모접수를 시작해 전국적으로 총 314건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중 선별된 10개 팀이 지난달 18~21일 3박4일간 캠프에서 아이디어 구체화 과정을 거치며 최종 경합을 벌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책연구원 박사들이 팀마다 한 명씩 멘토 역할을 맡아 아이디어 실현을 도왔다.

 최종 수상작 중 가장 큰 상인 대상은 ‘협업형 드론(Co-Drone)’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세이프티팀에 돌아갔다. 협업형 드론은 내연기관으로 비행하는 메인 드론과 정기충전이 되는 6개의 서브 드론으로 구성된 ‘응급구조용 복합 드론 시스템’이다. 야외에서 인사 사고가 날 경우 서브 드론들이 사고자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져 수색하고 메인 드론과 결합해 응급환자를 안전한 지역까지 이송하는 개념이다. 드론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공기업에 근무하는 장두석(30)씨 부부와 친구 정필성(30)씨다. 미래부 측은 협업형 드론이 실제로 개발되면 사고수색이나 구조 뿐 아니라 불법조업 감시,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성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멘토를 맡은 ETRI 윤호섭 책임연구원은 “일반인들이 기술에 대한 편견 없이 상상한 아이디어를 실제 연구 현장에서 개발 가능한 수준으로 다듬는 역할을 했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상상과 현실과의 벽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에 뽑힌 알바트로스팀은 지자체 공무원인 최영식(46)씨와 아들 한솔(18)군, 딸 한별(13)양 등 한 가족으로 구성됐다. 최씨는 “가족과 한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만들다 보니 교육적으로 더 없이 기회였다”며“덤으로 두 아이들과 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최우수상에는 ‘토탈 스마트케어 서비스’를 내놓은 양말이팀에 돌아갔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유아나 어린이의 야외 단체활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저가의 패치형 스마트케어 서비스다. 수상자들에게는 미래부장관상을 비롯해 총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이상홍 센터장은“국민이 제안한 혁신기술, 미래 서비스들이 실제 국가 R&D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이런 과정이 곧 창조경제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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