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영 의원 "노통은 사오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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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사오정 대통령'인가.

▶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고유가와 수출부진 등 경제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대통령이 연일 연정이나 선거구제 개편 주장만 되새기고 있으니, 사오정 대통령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주 의원은 18일 언론사 정치부장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연정문제를 거듭 언급한 것과 관련 "국민들은 온통 경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 혼자 엉뚱한 연정문제에 관심이 쏠려있으니, 대화가 될리도 뜻이 통할리도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 대통령을 모임에서 자기 얘기만 계속하는 사람에 빗대어 "제일 나이 많은 선배가 눈치없이 재미없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입닥치라'말할 수도 없는 것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지금은 나이든 선배 혼자 낄낄대고 박수치며 얘기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재미없어 하니 짜증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형국"이라 말했다.

'재미없는' 연정제안은 이제 접고 경제에 올인하라는 충고도 담았다.

주 의원은 "(지금 노 대통령은) 서민들이 잠들어 있는 아파트에 불이 났는데, 소방관은 이웃 소방서와 공조하겠다고 전화통에만 매달려 있다"면서 "불을 끄러온 소방관이라면, 이웃 소방서와 공조는 나중 문제고 우선은 화재현장부터 진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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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주 의원 글 전문.

에피소드 1.

수많은 서민들이 잠들어 있는 아파트에 불이 났다. 그런데 출동한 소방관은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단말마에도 불구하고 불 끄는 일엔 영 관심이 없다. "불은 안 끄고 도대체 뭘 하느냐?" 고 구경꾼들이 꾸짖자, "이웃 소방서와 공조를 해서 불을 끄려고 한다."며 전화통에 매달려 있다. 사람들이 "이웃 소방서와 공조는 나중 문제고 우선 아비규환인 화재현장부터 진압하라"고 소릴 지르고 발을 동동 구른다. 그래도 소방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도리어 구경꾼들을 바라보며 "나는 심각하게 말하는데 왜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느냐?"고 도리어 화를 낸다.

에피소드 2.

어느 선후배간 화합을 다지는 모임이 있었다. 서로 돌아가며 재밌는 이야기 하나씩 하는 시간이었다. 너도나도 자신이 알고 있는 재미난 얘기를 해서 좌중을 웃겼다. 그때 제일 나이 많은 선배가 "나도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루하기만 하고 전혀 재미가 없었다. 저녁식사로 나온 음식은 자꾸 식어 가는데 재미없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입 닥치라'고 말해주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제일 나이 많은 선배가 하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통에 다들 말을 자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는 자기 이야기가 웃겨 죽겠다는 듯 자기 이야기에 취해 혼자서 낄낄거리며 박수를 친다. 그러면서 "재밌지?", "웃기지?"라며 혼자서 배꼽을 잡는다. 그러다 남들이 재미없어 하는 걸 알고 나서는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너희들은 왜 재미없어 하느냐? 난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담배를 피워 물고 혼자서 투덜거리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듣고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불 끄러 온 소방관이 빨리 불이나 끌 생각은 않고 '이웃 소방서와 공조를 해야 한다'며 전화기에만 매달려 있다면……, 재미 하나도 없는 이야기를 하며 혼자서 낄낄대다 남들 재미없어 한다고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소방관이나 선배가 과연 제정신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27개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연정문제를 거듭 언급하면서 "진짜 내가 보기에 심각한 문제, 이대로 방치하면 장차 위기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제기를 하면 언론도 냉담하고 국민도 냉담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은, 남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정작 관심은 다른 데 있는데, 혼자 엉뚱한 문제에 심각해 있다는 말과 같다. 노대통령은 특히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서로 공통돼 있고 공감대가 있을 때 비로소 대화도 토론도 가능한데 이 점에서 다소 초점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온통 경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 혼자 엉뚱한 연정문제에만 관심이 쏠려 있으니 대화가 될 리도, 뜻이 통할 리도 만무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제가 보기엔 제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연정, 과거사 청산 등 자신이 제기한 이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사람 다 타 죽어가는 데, 불은 안 끄고 '이웃소방서와 공조도 중요하다'고 말한다거나, 재미도 없는 얘기를 해놓고 "나는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 경제는 너무도 힘들다. 고유가와 수출부진, 장기적 내수침체와 전국적 부동산가격 상승, 서민경제 침체, 높은 실업과 국가채무 폭증 등 어딜 봐도 속 시원한 구석이 없다. 정작 중요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집중해야 할 대통령이, 연일 연정이니 선거구제 개편이니 하는 주장만 되새기는 것은, 골치 아픈 경제문제는 회피하고 국민과 언론의 시선을 자꾸만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하는 시도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거기에 노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스스로 주장하니 참으로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쯤 되면 '사오정 대통령'이라 한들 지나친 비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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