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천재' 허재, 감독도 잘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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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허재 감독이 이끄는 프로농구 KCC가 16일 용인훈련장에서 남자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다. 대표팀이 기린컵(일본) 출전을 앞두고 갖는 평가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끈 인물은 지도자로서는 '초보운전'인 허 감독이었다. 과연 '농구 천재'의 감독 성적은 어떨까.

◆ 구단주는 고교 선배, 제 목소리를 낼 것인가=용산고-중앙대를 나온 허재 감독의 정서적인 뿌리는 용산고인 것 같다. KCC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용산고 선배인 정몽익 KCC 구단주의 의중에 따라 운영 방향이 정해지고 동문 의식이 강하게 작용해 의리와 위계질서를 우선하는 구단이 될 수도 있다. 허 감독의 역할과 능력은 구단 운영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배들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는 '집행자'가 될지, 전폭적인 지원 속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현장 전문가'가 될지.

◆ 사생활이 걱정된다? =허 감독의 주변에는 사람이 들끓는다. 16일에도 선배들이 술을 마시자며 허 감독을 불렀다.

사람을 좋아하는 허 감독이 유혹을 이겨낼까? 허재가 기아 소속이던 1998년 팀매니저였던 정상일(삼성생명 코치)씨는 "목표가 분명하다면 어떤 유혹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허재는 경기가 있는 날도 술을 마셨다. 그러나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완전히 술을 끊었다.

허 감독은 "은퇴 직전에는 오전에 골프를 치고, 오후엔 경기장에 갔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방열 경원대 교수는 "허 감독은 경험이 많고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했다. 잘 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인선 MBC-ESPN 해설위원은 "노장들을 잘 이끌 것이다. 빨리 선수 마인드에서 감독 마인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천 전 LG 감독은 "다음 시즌에 4강 이상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박수교 전자랜드 단장은 "선수들은 위기 때 감독의 경험에 기대고 싶어한다. 허 감독은 고참 선수들과 나이 차가 너무 적다. 전임 감독이 엄한 스타일이었는데 개방적인 허 감독의 스타일이 어떤 결과를 보일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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