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운용의 귀재 소로스 고유가에도 에너지주 싹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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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헤지펀드 운용의 귀재로 불리는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사진)가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관련주를 대부분 매각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지난 3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던 1억 달러어치의 에너지 관련 주식이 6월 말 신고내용에는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록에서 사라진 주식들은 코코노필립스.엑손모빌.발레로 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주. 3월 말까지 이들 주식은 소로스펀드의 4%(시가총액 기준)를 차지했지만 최근 고유가로 경영 실적이 호전돼 연일 급등하고 있는 이 주식들을 재빨리 팔아치운 것이다. 소로스는 에너지 주식들을 팔아치운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와 월마트를 새로 사들였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본 소로스가 차익 실현을 위해 이 주식들을 매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소로스가 매각한 주식 중에서 썬코에너지를 제외한 코코노필립스나 엑손모빌 등이 모두 2분기 들어 주가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소로스의 선택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게임의 룰이 바뀔 때가 가장 크게 벌 수 있는 찬스"라는 철학을 가진 소로스는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폭락.폭등을 조장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공격적인 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92년에는 파운드화 가치를 지키려는 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외환 투기전을 편 끝에 33억 파운드의 손실을 안겨주기도 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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