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과의 학술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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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안 발굴 송· 원대유물을 북한과 중공에도 공개하겠다는 정부당국자의 제의는 획기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공산주의자체를 유서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이 지역주민의 희망을 반영하여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공산권에 대해서조차 자신있게 대처하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순수한 역사· 문화연구분야에서 동아시아인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의는 물론 18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세계박물관협의회 아시아지역회의에서 이진?? 문공부장관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그 취지는 이미 정부의 입장으로 굳은지 오래되었다.
1976년 남북조절 위 서울 측 공동위원회의 「남북한 고 미술품 교환전시」제의나 81년 정부의「남북문화교류」제의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때의 제의들이「북한」만을 대상으로 했던데 비해 오늘의 제의는 그 대상을 확대해서「중국대륙」 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어느 의미에서 이것은 발전된 제의다.
남북한이 같은 민족의 입장에서 선조 들이 남긴 값진 문화유산을 함께 보고, 함께 연구함으로써 6천만 민족의 하나됨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이웃나라들의 역사· 문화유산연구에도 얼마든지 협조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좋은 일이다.
특히 우리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신안 유물의 성격은「중국대륙」 학자들의 연구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정부가 그 점을 이해하고 호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76년이래 신안 앞 바다에서 발굴· 인양된 1만8천여 점의 중국 송· 원대유물은 동북아시아의 도자기사와 무역사 연구에 더없이 소중한 실고로서, 특히 14세기 원대자기의 일괄 유물적 가치는 중국 자기사의 자료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평가도 받고있다.
그러나 물론 이 제의는 신안 유물만에 한정하지 않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의 우리문화재와 학술자료들도 포함하고 있어 더 뜻이 있다.
우리의 문화재와 학술자료를 공산권에까지 폭넓게 개방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학술교류만이 아닌 국제적 협력시대에 공헌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크다.
문화재와 학술자료의 교류에 한정해보더라도 남북한사이의 연구업적이 커질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중공은 신안 유물 등에서, 우리는 광개토대왕 비와 고구려· 발해사 연구에서 우선 커다란 전전을 보리라고 확신된다.
남북한은 광복이후 지난 37년 동안에 일제의 제국주의적 식민사관을 탈피하는 빛나는 연구업적을 쌓아왔다.
남한에선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많은 새로운 유적이 발굴됨으로써 한국사 전반의 수정 보완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곡리· 석장리 등 구석기유적과 청동기, 철기 시대의 왕거지와 지우묘 등이 무수히 발굴 조사되었으며 천마총과 98호 고분 등 신라문화유적이나 공주의 무령왕릉과 익산 미륵사지 등 백제문화유적의 발굴은 그간의 커다란 수확이었다.
그러나 그런 자료들이 한민족의 역사에선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한반도의 남단에서 나오고있는 그런 자료들만으로는 한민족의 역사를 전부 포괄하기 어렵다. 북한지역은 물론 만주와 연해주 그리고 중국대륙의 일부까지도 연구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굴포리·부포리·흑우리 등 구석기유적과 덕전리 고분, 동명왕릉, 안악 3호분 등 고구려문화유적의 자료들은 물론 필요한 것이며 더 나아가 지금 중공 영토 안에 있는 고구려· 발해유적의 검토 연구도 꼭 필요한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한사이의 문화교류와 상호협력연구는 민족과 민족문화에 대한 민족적 대의에 부합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겠다.
모 「중국대륙」과의 문화교류는 개방을 지향하는 시대정신에 쫓아 이웃나라 한국의 노력이 선의와 이해로써 마땅히 호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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