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상반기 실적] 제조업 휘청 … 금융업은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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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유가와 환율하락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가 12월 결산법인의 반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 등 수출 주력기업의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코스닥 기업들이 거래소 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다만 내수 위주의 금융업은 큰 폭의 이익증가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 제조업 울고, 금융업 웃고=지난해 상반기 수출 주력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조7995억원으로 여전히 1위를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무려 50.9%가 줄어든 수치다. 세계적인 철강 수요의 확대로 영업이익이 59.5%나 늘어난 2위 포스코와의 격차는 지난해 5조5000억원에서 불과 3000억원대로 좁혀졌다.

현대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LG전자 등의 영업이익도 30~50% 줄었다. SK.S-Oil.한진해운 등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들의 영업이익도 16~26% 감소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 있는 전기전자와 비금속광물.기계.종이목재 업종의 순이익 규모는 52~62%가 줄었다.

이들 제조업체들이 성적이 부진했던 반면 금융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LG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1조123억원의 영업적자에서 6477억원의 반기 영업흑자로 돌아섰으며, 국민은행(55%)과 기업은행(68%)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이밖에 철강 및 금속.의료정밀.건설업.통신 등 내수 업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증가세를 보였다.

그룹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은 매출이 6.3%, 순이익은 51.1% 급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IT 관련 기업들의 실적부진이 원인이었다. LG의 매출은 4.2%, 순이익은 78%가 줄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다소 나빴지만 그룹 전체로는 매출은 5.7%, 순이익은 31.3%가 증가했다. LG에서 분가한 GS와 SK.롯데의 성적도 비교적 양호했다.

◆ 코스닥기업 체력 저하에 시달려=코스닥기업의 실적부진은 거래소기업보다 훨씬 심각했다.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721개 회사 가운데 세개에 한 개 꼴(31%)인 223개사가 상반기에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114개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108개사는 올 들어 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반면 거래소의 532개사 가운데 적자기업은 79개, 적자전환 기업은 45개에 불과했다.

재무상태도 나빠졌다. 코스닥 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148%로 지난해 말보다 14%포인트가 늘었다. 반면 거래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20%로 0.94%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통신방송서비스.건설.유통의 실적이 개선된 반면 IT하드웨어.운송.엔터테인먼트 등은 부진에 허덕였다.

통신업종 가운데 LG텔레콤이 지난해보다 90배 늘어난 1304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보였다.

투자기업에 대한 자금회수로 우리기술투자.신영기술금융.큐캐피탈 등 창업투자회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것도 특색이다.

매출액 증가율에서는 오디코프, 영업이익 증가율은 희림, 경상이익과 순이익에서는 삼영이엔씨의 성적이 돋보였다.

우리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기업들이 워낙 좋은 성적을 올려 올 상반기의 실적부진이 더 심각해 보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환율하락에 따른 부담이 감소한데다 내수경기 회복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은 다소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준현.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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