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복 전쟁」10년째 일 자민 총재 선거|나까소네·고오모또 "총재1년씩"타협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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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 선출은 16일 「나까소네」행정 관리청 장관 「고오모또」경제 기획청 장관, 「아베」통산상, 「나까가와」과학기술청 장관 등 4명이 후보등록을 마치고 예비 선거 태세를 갖춤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15일의 3자 회담에서 22일까지 1주일동안 선거운동을 동결하고 협상을 계속키로 합의하고 각 후보들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이번 총재선거는 출발신호만 울리고 선수들은 뛰지 않는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스즈끼」수상, 「후꾸다」전 수상, 「니까이도」간사장 등 3명으로 구성된 3자 회의는 l8일 상오 10시 다시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나 성과 없이 끝나고 19일 다시 모이기로 했으며 비주류 측에서 주류 3파가 미는 「나까소네」총재 체제에 계속 강경한 반발자세를 보이고 있어 협상은 쉽게 타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총재선출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특징은 자민당 내에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점과 총재선거가 10년간 계속된 「다나까」-「후꾸다」대결(제5차 각복 전쟁)의 연장이라는 점이다.(▲제1차는 72년 포스트 「사또」쟁탈전에서 「사또」의 후계자로 지목된「후꾸다」의 패배, 「다나까」내각 탄생. ▲2차는 74년「다나까」가 금권 스캔들로 쫓겨난 뒤「미끼」에게 「후꾸다」패배. ▲3차는 79년 「오오히라」에게 패배. ▲4차는「오오히라」불신임을 둘러싼 각축전)그리고 「다나까」파의 이른바 강철같은 단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 등도 특징으로 지적된다.
이번 총재후보 등록에서 12명의 자파 의원밖에 거느리지 못한 「나까가와」과학기술청 장관 (57) 이 50명의 추천인을 확보, 당당히 후보등록을 마쳤다는 것은 세대교체의 돌파구가 된 것으로 일본 정계에서는 보고있다.
「나까가와」의 등장으로 「후꾸다」파에서도 수상 재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어 「후다」전 수상이 직접 출마하지 못하고 「나까가와」와 같은 뉴리더 그룹인 「아베」통산상(58)을 내세우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선거에서 주류세력인 「다나까」파, 「스즈끼」파 등 대 파벌에서 직접 후보를 내세우지 않고 「나까소네」를 밀기로 한 것은 이번 선거가 대리 쟁이라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비주류 측은 「후꾸다」파, 「고오모또」파, 「나까가와」와 그룹이 모두 후보를 내세웠으나 「후꾸다」파가「나까가와」의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을 20여명이나 빌려주는 등 노골적인 연합전선을 펴고 있어 「후꾸다」전 수상의 주도아래 대리 전쟁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결국 이번 선거전도 72년 「다나까」-「후꾸다」대결 이래 일본정계의 흐름을 좌우해온 「가꾸후꾸」전쟁의 연장선상에 놓고 봐야한다는 얘기다.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해 표 대결을 하는 경우 예비 선거단계에서는 비주류 3파가 각각 뛸 것이지만 본선단계가 되면 비주류 3파가 공동으로 「고오모또」후보를 밀어「나까소네」와 「고오모또」의 대결로 압축될 공산이 크다.
16일의 후보등록이후 각 파벌은 일단 3자 회담의 협상을 지켜본다는 태도를 확인했으나 배후에서는 살벌한 선거준비 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3파는 협상에 의한 단일 후보옹립이 일단 어렵다고 보고 17일 각 파벌별로 총회를 열어 표 점검을 실시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재 자민당의 일반 유권자수는 당윈 98만 3천 8백 3명 외에 우당인 자유국민회의 5만 2천 3백 25명, 국민정치협회 9천 5백 86명 등 모두 1백 4만 5천7백14명이다.
이중 「고오모또」파 지지세력이 약40만명에 달해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강하게나오고 있다.
예비선거에서 비주류 파의 우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다나까」파 등 주류 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22일까지의 유예 기간 중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류 측은 예비 선거에서 열세에 있는 「나까가와」를 설득, 후보를 사퇴시킴으로써 후보등록자 미달로 예비선거를 치르지 않고 바로 본선에 들어갈 공작을 배후에서 추진 중으로 알려지고 있으며「후꾸다」파의 「아베」「나까가와」두 사람을 동시에 탈퇴시키는 공작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는 표 분석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나까소네」의 당선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는「나까소네」개인에 대한 비주류와 일부 주류 의원의 불신감 때문이다. 72년 「사또」수상 후임자 선출에서 「나까소네」가 「다나까」를 지원, 동향인 「후꾸다」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겨줌으로써 지금도 비주류파인「후꾸다」의 미움을 사고 있다.
대 「나까소네」불신감에는 이밖에도 「나까소네」가 총재가 되는 경우「스즈끼」때와 마찬가지로 「각영 내각」이 된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을 여러 차례 옮긴 「나까소네」의 정치경력도 불신감을 부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나까소네」는 「다나까」지지에서 다음의 「미끼」수상 때는 간사장을 지냈고 반 「오오히라」계열에 섰다가 「스즈끼」가 수상이 되자 「오오히라」파를 이어 받은「스즈끼」정권에 밀착한 것 등이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상 큰 흠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풍견계」로 불린다.
지난 15일 아침에 열린「스즈끼」파 소장충 의원 회합에서 출석자 30명 중 적극적으로 「나까소네」를 지지한 사람은 불과 두 사람뿐이었다는 것은 주류파 내에서도 「나까소네」옹립에 불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 해석되고있다.
이번 총재 선출과정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대부로 군림해온 「다나까」전 수상의 영향력이 전과 다르게 약해졌다는 조짐이 드러난 점이다.「나까소네」를 민다는 「다나까」파의 의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비주류 파의 「나까가와」추천인 중에 「다나까」파의 의원 2명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앞으로 총재 선출의 양상은 ▲협상에 의한 후보 단일화 ▲예비 선거생략에 따른 본선결전 ▲예비선거까지 실시의 3가지 경우로 요약될 수 있다.
협상에 의한 후보 단일화는 비주류가 「나까소네」후보를 기피하고 있는데 반해 주류 측에서는 「나까소네」이외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실현이 어렵다는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나까소네」와 「고오모또」의 1년 교대 밀약설이 나오고 있으나 「고오모또」에 대해서는 「다나까」파가 그 배후의 「미끼」전 수상을 의식, 절대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실현성 없는 얘기로 해석된다.
예비선거를 생략하고 본선에 들어간다는 것은 「후꾸다」파에서도 예비 선거를 원하지 않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그러나 비 주류 파의 3후보가 한사람도 사퇴하지 않고 협상도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결국은 예비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총재선거를 둘러싼 앞으로의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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