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부터 시작되는「수하르토」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은 작년 6, 7월 전두환 대통령의 아세안순방에 대한 답방이라는 점에서 한국-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아세안 협력의 확대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의 나라다. 인구가 1억 4천 3백만, 국토가 남한의 2O배라는 외형적인 숫자만으로도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인도네시아가 갖고있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기준으로도 상위권의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그 때문에 아세안 5개국 안에서도 이 나라의 발언권은 크고, 따라서「수하르토」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적지 않다.
「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이 한국-인도네시아 두 나라간의 경제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아세안 관계의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이와 같은 인도네시아의 국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전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순방의 첫 나라로 잡은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 대통령은 작년 자카르타 정상회담에서 이미 한국의 인적 자원과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을 연결시켜 서로 잘사는 길을 찾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바가 있다.
이번 서울의 정상회담에서는 자카르타 회담의 논의를 계속하게 될 것인데 지난 1년 3개월 동안의 진전상황의 점검이 구체적인 토의의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미 경제분야에서 두터운 파트너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왕복교역은 3억 7천만 달러였지만 앞으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 산유국의 하나로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의 수입은 두 나라 경제관계에 큰 몫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그밖에도 적도직하의 임산국인 이 나라는 방대한 양의 원목을 수출하고, 주석, 석탄, 보크사이트, 니켈, 동을 생산하고 있어, 자원은 없으나 개발의 경험이 한발 앞선 우리와는 협력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다.「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에서 또 하나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전대통령이 제창한 태평양 정상회의에 관한 진전된 논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태평양 연안국가들을 상대로 태평양 정상회의에 관한 「조용한 외교」를 펼쳐본 걸로 안다. 그리고 태평양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태평양 정상회의 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일은 이 회의의 성격, 참가하는 나라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와 그런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견해차의 조정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은 태평양 정상회의의 출범에도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도네시아가 자원부국이라고 해도 아세안 5개국의 한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수하르토」대통령은 아세안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한국에 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세안과 태평양지역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비동맹의 지도국으로 이 나라의 참가가 태평양 정상회의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 등으로 보아서 전-「수하르토」정상회담은 앞으로 태평양 정상회의 창설의 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기록하게 되어야할 것이다.
작년 6월이래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가까운 우방이 되었다. 그리고 「수하르토」대통령은 우리에게 낯익고 친근한 얼굴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번 한국 체류 중에 우리의 분단의 현실과 발전하는 모습을 자세히 살피고 돌아가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협력하여 「잘 사는 아시아」를 실현시키는 일에 적극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