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벗은 짝퉁 왕국 오명] 못말리는 중국산 짝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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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중국 선전의 대표적인 짝퉁 상가인 로우상창 풍경.

지난 4일 인천공항에 중국에서 들여온 화물의 박스 속에는 여성용 고급 의류 3620벌이 들어 있었다. 최종 목적지는 일본. 한국에 들여온 신고서에는 제품이 중국산으로 표기됐다.

그러나 신고서에 일부 의문점이 발견돼 세관 직원이 제품을 하나하나 조사했다. 옷에는 모두 'made in China'대신 'made in Korea'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중국산 가짜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일본에 수출하려 시도한 것이다. 또 부산 세관은 올초 중국에서 들어와 일본으로 가는 가짜 유명 브랜드 담배 59억원 어치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에서 만들어져서는 한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가짜 환적 화물 때문에 한국이짝퉁 왕국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일본 세관이 압류한 가짜 명품중 절반을 조금 넘는 50.3%가 한국산이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일본에서 적발된 한국산의 상당수가 중국산으로 추정된다"며"사실 확인을 위해 일본 관세 당국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한국에 누명을 씌우는 중국 짝퉁의 발원지가 중국 선전(深?) 등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선전시의 대표적인 짝퉁 판매 상가인 로우상창.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짝퉁으로 치장할 수 있다는 이 곳의 진열대에는 가짜 상품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상가 곳곳에는 상표법 위반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가방 가게에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진열된 상품에 상표가 없었다. 상품을 둘러본 뒤 가게를 나가려고 하자 상점 직원이 소매를 잡았다. 상표 없는 가방을 보여주며 '프라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프라다와 똑같은데 상표만 붙이지 않았다"며"원하면 프라다 상표가 붙은 상품을 주겠다"고 했다.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자 프라다 짝퉁은 1분만에 상점에 들어왔다.

또 다른 상점에서 "구찌 제품이 있느냐"고 묻자 직원이 쪽문으로 고개 숙여 들어가더니 구찌.프라다 등의 위조품을 한아름 들고 왔다. 최근 들어 각국 세관에서 중국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자 이런 짝퉁 제조업체들은한국을 거치는 방법으로 한국산인양 꾸며 짝퉁수출에 나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관세청은 중국산 짝퉁이 한국산으로 둔갑돼 수출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가짜 상품 적발자료, 해외 관세 당국과 상표권자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상표.품목.국가별로 정밀 분석한 뒤 미심쩍은 화물을 선별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단속은 환적 물동량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신중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환적 물품의 경우 콘테이너 한대당 200달러의 부가가치가 생기는데 현재 중국 등과 물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환적상품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했다가는 부산항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전=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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