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폭력으로 고교생숨져도|학교엔 배상책임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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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교생이 교내폭력으로 희생됐더라도 학교측은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부는 15일교내에서 상급생에게서 맞아 숨진 이기종군(당시16세·서울유성전자공고1년) 의 부모인 이범익(49·서울상도동173의19)·고월순(43)씨 부부가 폭력학생2명과 학교재단이사장 곽태영씨등 3명을 상대로낸 손해배상등 청구소송에서 상고허가신청을 기각, 『학교측에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최근 학생들의 교내폭력이 날로 번지고 있는 실정에서 담임교사와 교장은 물론, 이들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재단이사장까지도 배상책임이없다고 하는 법원의 판단이란점에서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학부모가 학생을 학교에 보낼때는 학교가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감독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학교측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는 학부모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17세의 학생이라면 판단능력이 있으므로 담임교사나 교장등 학교측의 과실로 인정할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교내폭력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되고있다.
3남1녀중 2남인 기종군은 80년9윌9일 5교시수업을 마친 휴식시간에 학교4층 복도에서 상급생인 2학년 한모군(18)과 김모군(l8)에게 매를 맞았다.
이날 한군등은 기종군에게 『선배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고 주의를 주었으나 이를 듣지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있자 『체격이 좋다고 선배를 깔본다』며 기종군의 양쪽가슴과 옆구리를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는것.
원고인 이씨부부는 지난해 6월 『재단이사장 곽씨는 학교경영자로서 미성년자인 학생의 감독의무를 다하지못한 책임이 있으므로 가해학생들 학부모와 연대하여 모두 2천8백9만2천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었다.
1심인 서울민사지법합의7부(재판장 문형택부장판사)는 『재단이사장 곽씨 는배상책임이 없고 가해자인 한·김군등은 연대하여 이씨부부에게 각각 l천2만6천8백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곽씨가 학교설립자이고 경영자라는 사유만으로는 교내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곽씨가 당국의 허가를 얻어 학교를 설립, 경영할뿐 학사행정과 학생지도교육은 학교장이 통괄하므로 곽씨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볼수없다』고 밝혔다.
이씨부부는 이에 불복, 지난해 11월 『고등학생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상급생이 하급생의 사소한 행동에도 「기합」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학교 경영자인 곽씨는 친권자등의 묵시적 위임에 의해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있다』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씨부부는 또 『곽씨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없다 하더라도 가해학생인 한군등의 담임교사나 교장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것에 대해선 사용자로서의 책임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도 『이 사고가 곽씨와 교장및 담임교사의 직무상 고의과실로 일어났다고 뷸 수 없다』며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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