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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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물주의 첫 작품은 수소일 것이다. 화학자들 중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6천도 (섭씨) 의 빛을 내는 태양에서부터 이 지구의 땅 속에 이르기까지 수소가 없는 곳은 없다. 지구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닷물 속에도 물론 수소가 있다. 아니 물은 수소의 고향이다.
생물의 시원, 어쩌면 우주의 시작도 수소일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원자번호 1, 원자기호H, 분자식 H2.
바로 이 수소는 공기와는 4%에서 74·2%에 이르는 광범위한 혼합율로 연소(연소)한다.
촉매가 있으면 그 불꽃의 온도는 1백도(C) 의 저온에서 2천2백m도의 고온에 이를 수 있다. 산소와 알맞은 비율로 연소시키면 그 온도는 더 오른다. 2천7백도까지.
연소열도 9당 칼로리가 액체일 경우 2만9천 칼로리. 이것은 가솔린 1만5천 칼로리 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수소에너지는 로키트 추진연료로, 또는 제트(Jet)연료로 견줄만한 상대가 없다. 서독에선 「마하5」로 날 수 있는 수소엔진의 비행기도 개발중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특징은 흔히「4E」로 설명된다.
첫째, 생태적 (에컬로지컬) 특징. 연기를 내는 석탄이나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석유와는 달리 수소는 물에서 나와 물로 돌아가는 청정에너지. 비행기에 수소에너지를 쓰면 배기가스는 물이 되고 만다.
둘째, 경제성(이커노믹). 수자원은 무진장이며, 물에서 수소를 분리시키는 태양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매장량을 따져야하는 석유와는 다르다.
셋째, 에너지 효율성 (에너지틱). 가령 전력은 저장이 어려우며, 수송손실도 10분의 1이나 된다. 수소는 그런 문제가 거의 없다.
넷째, 수출(엑스포트)이 쉽다. 자원 아닌 기술(제조법)의 수출만으로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석유수출국이 석유무기를 휘두르는 경우와는 다르다. 산유국들까지도 사막에 내리쬐는 태양과 바닷물과 기술만 있으면 수소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찌기 1766년「헨리·카벤디시」라는 화학자는『불타는 기체』라는 이름으로 수소를 발견했다. 그는 철과 아연과 주석에 희유산(희유산)과 희염산(희염산)을 가해 수소를 발생시켰다.
1793년엔 물의 열분해로 수소를 만들었다. 수소를 하이드로갠 (Hydrogen) 으로 명명한 것도 이때다.
마지막 문제는 경제성. 물의 열분해에 필요한 열은2천5백도. 여기서 발생한 수소에너지가 그보다 큰 열을 낼 수 있어야한다.
최근 미국 텍사스의 A&M대학 과학자들은 수소에너지의 새로운 제조법을 개발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기술적인 과정은 전문가들이나 알 일이지만 수소에너지 시대는 한발 가까워진 것 같다.
조물주가 인류의 지혜를 뺏어가지 않는 한, 인류에게 절망은 없다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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