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기기 고문」으로 죄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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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네바=연합】프랑스의 시사월간 에크리 드 파리지는 최근호에서『북한-독재와 수용소 군도』란 제하의 장문의 기사에서 김일성의 무차별테러와 숙청, 혹독한 북한 내 수용소군도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최근 제네바에서 입수된 이 월간지 9월호는「필립·맨」씨가 쓴 12페이지의 북한실상에 관한 글에서 강제수용소생활을 직접 경험한 외국인 2명의 증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 두 증인은 베네쉘라의 공산주의시인 「A·라메다」 (1924년 생)와 스페인 내란에 참전했던「자쿠세디오트」다.
다음은 에크리·드·파리지에 소개된「라메다」와「세디오트」의 증언요지다.
「라메다」는 1966년 평양정부 초청으로 북한에 들어가 외무성 외국어 출판부에서 김일성선집 스폐인어 번역을 맡았다.
「라메다」는 평양국제호텔에서 부인과 함께 기거했으며 자동차 1대에 운전사까지 두고 살았다. 그러나 다음해9월 그는 당국에 체포되어 파괴활동·간첩행위·외국첩자유인혐의로 20년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베네쉘라 대통령과「니콜타이· 차우세스쿠」루마니아대통령의 개입으로 7년 간 복역 끝에 석방돼 1974년 북한을 떠나 베네쉘라로 돌아갔다. 그는 귀국한 후 시작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세디오트」보다는 운이 좋았다.
1936년의 스페인 내란 때 공화군측 대령이었던「세디오트」는 북한에 들어가 외무성 외국어 출판부 불어 과에서 일을 했다.
그도「프랑스 제국주의첩자」로 몰려 20년 노동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75년에 석방됐으나 건강이 악화된 탓으로 1976년1월 평양에서 사망했다.
「라메다」는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보낸7년 간의 억류생활에 관해 아주 생생하고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서방신문들은 이에 대해 이상할 이 만큼 조용한 침묵을 지켰다.
「라메다」는 선고를 받기 전에 억류돼 있던 교도소생활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나에겐 음식도 금지됐다. 나는 수일동안 낮12시에 감방에서 끌려나와 계속 신문을 받은 후 밤12시에야 감방에 돌아가곤 했다. 그들은 굶기는 것을 압력수단으로 이용했다. 죄수들 하루식사는 3백g에 불과했다. 생활조건은 통탄할 정도였다. 죄수들은 수년동안 내의나 밥그릇을 바꿀 수도 없었으며 위생시설도 전혀 없었다.
죄수들 식사는 동물에게나 먹이면 딱 좋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굶는 것보다는 몽둥이로 얻어맞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몽둥이로 때리면 이를 악물고 저항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굶기는 것은 더욱 괴로운 고문이었다.
감방은 아주 조그마했다. 길이2m, 너비l m , 높이 3m였다. 죄수들은 아무런 권리도 없었으며 흡연·보급도 금지돼 있었다.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도 없고 편지를 쓸 수도 없었다. 또한 방문객도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 교도소 체제는 늘 마찬가지였다. 죄수들은 하루 16시간씩 간수와 철창만을 바라보며 앉아 있어야 했다.
감방은 땀에서부터 천장까지 창살로 막혀 있었다. 간수들은 중간 통로에서 순찰을 돌았다. 죄수들은 하루종일 눈을 뜨고 있어야 했다. 「잠을 자면 어떻게 자기의 죄상을 뉘우칠 수 있겠느냐」는 게 당국자들 말이었다. 우리들은 하루에 세 번씩 상오7시, 하오1시와 6시에 식사를 했다. 식사는 회갈색 빵 한 덩어리와 채소 몇 잎을 띄운 맹물 같은 국이었다.』
이것이 곧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북한의 교도소에 대한 직접적인 증언이다. 당국자들이 덮어씌운 죄에 대한 조그만 물적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죄를 바꾸어가며 앞을 다투어 열심히 자기죄상을 고백해야했던「모스크바재판」처럼 오늘날 북한의 공판진행 방식은 가혹한 소극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라메다」는 재판을 받은 후 교도소에서 강제노동수용소로 옮겨졌다. 강제노동수용소는 억류자들을 현대의 노예로 만드는 잔인한 비인간적인 장치였다.
그는 이에 관해 다시 다음과 같이 썼다.
『당국자들은 내게 죄상을 자백할 것을 강요했다. 공식협의라곤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들이 덮어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딴 도리가 없었다.
재판관은 5분간 휴정한 후 이내 내게 2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나는 수용소로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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