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짝퉁에 멍드는 한국 기업들] 중국 어정쩡 단속 … 우리 기업 "속 터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 정부가 나서서 중국 정부에 짝퉁 단속을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중국산 위조품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은 가짜 제조업자 단속을 잘 하지 않고, 업자를 찾아내 고발해도 처벌을 하지 않는 게 보통"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한.중 특허청장 회담 때마다 짝퉁을 강력히 단속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중국은 그 자리에서는 동의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LG전자 특허센터 함수영 전문위원은 "각종 분쟁에 대비해 특허.의장권 등을 중국 현지 법인에 양도해 놓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실제 LG전자는 '3면 입체 냉방 에어컨'의 디자인 권한을 중국 톈진(天津) 현지 법인에 양도했다. 그 뒤 중국의 신페이(新飛) 가전이 이를 도용한 제품을 내놓자 LG전자가 아니라 톈진 법인이 소송을 벌여 최근 1심에서 승소했다. 신페이 가전은 해당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앞으로 디자인을 사용할 경우 LG전자에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함 위원은 "중국 회사끼리의 분쟁이 아니라 LG와 신페이 사이의 재판이었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짝퉁이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것도 문제다. 삼성.LG전자 등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세관에 정품 로고의 크기 및 정확한 색상 등을 알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으면 본사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국내업체는 중국산 위조품이 국내에 대거 흘러들어올 것에 대비해 베네통.루이뷔통 등 국제적인 명품 회사들 및 관세청과 공동으로 이달 중 '한국지식재산권보호협회'(가칭)를 설립할 방침이다. 모비스 부품마케팅부 양승천 부장은 "중국산 가짜 제품들의 유통 경로를 다국적 기업들과 공동으로 파헤쳐 세관에 정보를 전하는 것이 협회의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나도는 가짜 명품 액세서리도 상당수가 중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혁주.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