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미국 기업 사냥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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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브라질.멕시코 등 신흥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5일 '누가 미국 기업을 사는지 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개도국의 미국 기업 인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전망을 인용, 올해 개도국 기업들이 미 기업 매입에 모두 160억 달러(약 16조원)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8억 달러보다 25% 늘어난 금액이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1~7월 개도국 기업들은 미 기업 70개를 인수했다. 거래 금액은 100억 달러다. 중국 기업들이 미 석유회사 유노칼과 가전업체 메이택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이스라엘.싱가포르.브라질.인도.멕시코 등의 기업들은 올해 제약.철강.해운 회사들을 사들였다. 이스라엘 테바 제약회사는 미 제약회사 아이백스를 70억 달러 이상 주고 샀다. 싱가포르의 벤처캐피털은 미국 열차 리스회사 헬름 홀딩을 4억72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신흥국 기업들이 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은 한국의 삼성, 일본의 도요타와는 다르다. 삼성과 도요타는 미국 시장의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다. 미 기업을 사지 않고 직접 시장으로 들어가 자체 브랜드를 심는 데 주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흥국 기업들은 돈으로 미 회사를 사는 방식으로 미국에 침투한다. 쉽게 들어가서 쉽게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BOA의 시장전략가인 조셉 퀸란은 이런 현상을 미국의 유명 대중가수였던 프랭크 시내트라의 이름을 본떠 '시내트라 효과(Sinatra Effect)'라고 불렀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시장인 미국에 들어가 성공할 경우 다른 곳에서도 먹힐 것이라 보는 것인데 신흥국 기업은 이런 판단에 따라 미 기업을 '사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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